"혁명적 결심이 뒤따르지 않는한 풀수없는 고등수학이다" 작년11월말
사무직근로자의 40%를 94년부터 3년동안 줄이겠다고 발표해 일본산업계를
놀라게한 신일본제철의 사사키 요시로부사장은 화이트칼라에 불어닥친
감원태풍의 성격을 이렇게 단적으로 표현했다.

신일철이 리스트럭처링차원에서 짜낸 인력감축계획에 따라 앞으로 정리
대상이 될 근로자수는 전체종업원 3만6천여명의 약20%에 해당하는 7천명.

약1만명의 사무직근로자중 4천명을 추려내는 대신 생산직에서는 3천명만을
정리한다는 계산이다.

일본산업계가 충격을 받은 것은 신일철의 감원규모가 커서가 아니었다.
종전까지의 사례와는 달리 정리대상인원중 사무직과 생산직의 비율이
역전됐다는 사실이 주목의 대상이 됐다.

"설비의 리스트럭처링은 이제 끝나가고있다. 앞으로 정망 필요한 것은
경영소프트의 리스트럭처링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매니지먼트의 효율화와
간소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이마이 다카시 신일철사장)

회사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철강왕국을 떠받쳐온 인재마저도 희생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신일철의 교육책은 리스트럭처링의 핵심이 관리직등
간접부문 축소에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있다.

간접부문의 슬림화를 추진하는 기업은 신일철만이 아니다. 노무도 오사무
마쓰다자동차 부사장은 94년부터 3년간 3천명을 감원하는 한편 간접부문의
축소를 위해 화이트칼라직 근로자들을 과감히 영업과 생산현장으로 재배치
하겠다고 털어놓았다.

이에앞서 마쓰시타전기는 이미 간접부문의 중견및 신입사원 2천여명을
직종을 불문하고 선발해 일선판매점에 근무시키는 이례적 조치를 단행했다.

간접부문의 조직과 인력을 줄이려는 일본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유는 사내 실업자,즉 회사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일감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수가 급격히 늘고있다는 점에서도 읽을 수 있다.

스미토모생명보험은 최근 일본의 사내실업자수가 총2백46만명에 달해
공식적인 실업자수 1백50여만명의 1.6배에 이르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플라자합의후의 1차 엔고불황때 사내실업자수가 최고 1백만명선에 그쳤던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시련과 이를 극복하려는 리스트럭처링이 근로자들
에게 훨씬 더큰 "실업"의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식경영의 기둥이 돼온 종신고용의 틀이 자칫 흔들릴수도 있을만큼
간접부문축소를 겨냥한 리스트럭처링은 고용관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기획청이 93년1월 증시1,2부에 상장된 기업들중 1천3백71개사
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달러당 1백10엔미만,바꿔말하면
현재와 같은 엔화환율 수준에서 제품수출로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답한
업체는 불과 2.4%.

엔화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한 일본기업들은 국제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수 밖에 없으며 간접부문을 슬림화하려는
리스트럭처링의 물살도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조사결과는 뒷받침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