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부터 시작하여 대학입시 결과가 발표되는 연초까지 연중행사처럼
사회 전체가 대학입시 때문에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것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후에는 입시제도의 개선방향에 관하여 사회 각계각층
의 귄위자가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소위
획기적이라 일컬을 만한 제도가 나오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보건대,교육제도
란 경제정책처럼 흑백이 불분명하고 모든 면에서 왕도가 없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입시제도도 다른 어떤 제도와 마찬가지로 개선할 여지가 있는것은
분명하다. 특히 대학입시제도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최선의 제도를 강구하는데 어떤한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입시제도의 개선방법을 찾는데 있어 우리 모두가 각별히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일정기간을 거치면서 일단 정착된 제도를 바꿈에
있어 현제도의 장점은 충분히 분석하지않고 단점만 확대 해석하여 단점만을
제거시키는데 주안점을 둔다면 그것은 매우 심각한 정책적 오류를 유발할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제도나 단점과 장점이 상호공존하는 역학적 관계로
되어있어 단점을 제거하면 동시에 장점도 제거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이다.

현재의 대학입시제도의 단점을 나열하려면 책 한권의 분량으로도 부족할듯
하다. 그중 몇가지만 들면 청소년들의 정신적 육체적 타격,자원의 낭비,
청소년들의 정서교육의 결핍, 주입식 교육에 따른 갖가지 결함. 등등
여러가지 있을수 있다. 그것들중 특히 정신적 육체적 타격은 그 문제가
워낙 심각해져 매년 수많은 젊은 꽃들이 입시제도의 희생물이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그 양상이 악화되어 있다. 무슨 방법을 쓰든 빠른
시일내에 개선을 해야할 것 같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개선을 단순히 단점의 제거라는 단순논법으로 이
문제에 임한다면 그결과는 개선이라기보다 개악이 될 확률이 큰것 같다.
그래서 현제도의 장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러한 장점을 해치지않는 방향
에서 개선을 찾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현입시제도의 장점을 나열한다는
것은 매우 어색한 일이긴 하지만,앞에서 말한 진정한 개선을 위해 몇가지
언급해보기로 한다.

첫째로 현대학입시제도는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젊은이들을 학업에
몰두하게 함으로써 후에 그것이 그들에게 "일하는 윤리(Working Ethics)"를
갖게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고생하는 젊은이들과 애간장을
태우는 학부모들의 분노를 자아낼 말이긴 하지만 입시공부가 젊은이들에게
일하는 윤리를 가르쳐주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같다. 정확히 입시
공부에 몰두하는 것이 어떻게 하여 일하는 윤리와 연결되느냐 하는것은
심리학자나 사회학자가 답하여야 될 분야이나 어떤 이유에서든 둘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혹한 대학입시제도가 존재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그렇지않는 나라는 퇴보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전자의 경우
일본과 소위 아시아대륙의 사용(홍콩 대만 싱가포르 한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그렇고,또한 서구에서는 프랑스가 그렇다. 후자의 경우라면 아마
미국이 좋은 예인것 같다.

둘째로 현입시제도는 사회계층의 유동성(Social Mobility)을 어느정도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반드시 그런건 아니지만 누구든지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갈수있고 좋은 대학에 가면 출세할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함
이다. 그런 가능성이 계층에 관계없이 똑같이 주어지는 기회라면 가장
공평한 기회라고 할 수있다.

자본주의 체제하의 경쟁사회에서는 하층계층이 있게 마련이므로
하층계층에서 상층계층으로 올라갈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지만
지속적인 사회의 안정을 유지할수 있다. 현존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대학입시제도만큼 사회유동성을 보장하는 제도도 없는것 같다.

셋째로 현입시제도는 외국 저질문화의 침투에 따른 청소년 범죄의 위험
으로부터 우리의 젊은이들을 보호해준다는 것이다. 그래도 젊은이들을
강제로라도 학교에 묶어놓든지,책상앞에 매달리게 해서 학업에 매진케
함으로써 그들이 청소년 범죄행위에 휩쓸릴 위험성을 줄이는 동시에
기본적인 지식이나마 습득케 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배금주의 사상이 팽배한 사회에 사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유흥 오락장소나 바보상자(텔레비전)앞에서 그들의 젊음을 보내게 된다면
우리 민족이 앞으로의 치열한 국제경쟁사회에서 낙오자로 전락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앞에서 열거한 현 입시제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수많은 단점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인내력을 필요로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 그 나름대로 온갖 지혜를 모아 정착된 제도를
빠른 시일내에 쉽게 고칠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어리석은 것이다.

그리고 남북문제와 마찬가지로 시행착오란 말이 적용되지 않는곳이
대학입시제도임을 주지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소한 입시제도의
변경이라도 남북문제를 다루듯이 최대한의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남북문제에 관한한 실책이 민족의 영원한 파멸을 가져올수 있듯이
입시제도의 잘못된 변경은 그 제도를 거치는 젊은이들의 가슴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길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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