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폴 케네디교수(미 예일대)는 4일 본지가
주선한 송병락 서울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한국은 경제글로벌화 시대를
맞이해 국가를 초월한 시장중심의 경제전략을 수립, 21세기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와 세계경제연구원의 공동초청으로 이날 내한한 케네디교수는
''21세기 준비''''강대국의 흥망''등의 저서를 통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석학이다.

>>폴 케네디교수의 약력<<

<>.1945년 영국 출생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 취득
<>.독일 본대학,미 프린스턴대학 고도학문연구소,독일 훔볼트재단
알렉산더연구소 초청 연구원
<>.영 왕립 역사학회 회원
<>.현재 미 예일대 역사학 교수

-사진보다 젊어 보이십니다.

"한국에 좋은 기후때문에 그런가 봅니다"

-우리는 매우 급속하고 다양한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들 변화
가운데 어떤 것이 근본적이고 어떤 것이 피상적인지.

"매우 적절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장은 대답할 수 없습니다.
이는 역사가 말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각 개별국가의
변화를 고찰해 전 세계 공통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봤을때 전세계는 현재 두가지의 큰
근본적이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첫재는 기술주도의 변화입니다. 첨단기술의 발달에 따른 변화는 인류사회
를 풍요롭게 하는 면도 있지만 불이익을 가져오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우루과이라운드(UR)의 타결로 한국의 농민들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이같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재 근본적인 변화는 부국과 빈국간
인구증가의 차이입니다.

부국들의 인구는 정체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며 빈국들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북아프리카는 인구가 급격히 늘고있는 반면 남유럽
국가들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동아시아에에서는 별로
볼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동아시아국가들이 현대화되면서 인구증가가
억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구증가의 이같은 차이는 부국과 빈국간에 긴장을 조성하고 있으며
소수의부국이 다수의 빈국들에 의해 지리적으로 인접해있을 경우 이같은
긴장은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다른 민족이나 인종에 대한 적대감이 그
어느때보다 고조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냉전종식으로 방위산업이 쇠퇴하는등 경제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일본의 경제적 부상으로 세계경제가 미국,유럽연합(EU),동아시아로 3극화
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근본적인 변화라고 볼 수는 없습니까.

"근본적인 변화라기보다는 중장기적인 변화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물론 일본의 경제적 부상이나 냉전종식에 따른 산업무게중심의 변화가
중요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보다는 세계경제의 글로벌화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중요합니다. 글로벌화는 이미 냉전종식이전부터 진행돼온
변화입니다.

이와함께 EU,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아태경제협력체(APEC)등 지역주의도
글로벌화에 못지않은 변화입니다"

-글로벌화와 지역주의는 서로 대립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경제의
블록화가 글로벌화를 방해하는 세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까.

"물론 블록화는 글로벌화의 장애입니다. 예를들어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EU
를 더 공고한 조직으로 만들기 원하면서 동시에 일본,한국등의 산업제품이
자국내에 들어오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화에는
역행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자유무역주의자들이 NAFTA를 지지했으며 보호무역주의자들은 NAF-
TA를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은 공동체를 원하면서도 여전히 보호무역
주의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이 유럽화되기보다는 아시아화 되어가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국에는 아시아계 사람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버클리
대학에 가면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캠퍼스를 누비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내에 아시아인의 영향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
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아시아화되고 있다는 것은 보다 더 시간을 가지고 관찰해야
할 변화입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아시아계뿐만 아니라 스페인계의 인구도 급증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이들 인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 동부에 있는 미국의 수도는
아직도 아시아쪽을 바라보기보다는 유럽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한국은 경제대국인 일본을 따라잡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경제이론
이나 모델에서도 일본의 것을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본경제
의 이론과 모델이 완전하다고 평가하십니까.

"경제이론과 모델에는 완전한 것이 없다고 봅니다. 독일은 엔지니어링이
뛰어나며 영국은 재정이 우수합니다. 어떤 나라에서든지 그나라의 우수한
분야를 빌려와 모방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을 볼때
에는 일본의 강한 점과 약한 점을 모두 고찰해야 할 것입니다. 또 최근에는
한 나라의 경영전통과 문화와의 관계를 연구하는 붐이 일고 있습니다.

즉 아무리 한 국가에서 성공을 거둔 방식이라하더라도 풍토가 다른 나라에
이식되었을때 반드시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식 경영의 특징은 장기적이기보다는 중단기적인 목표에 집착하고 자유
방임주의를 옹호합니다.

이에비해 일본은 정부와 산업간 협력을 강조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중심
으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집니다"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는 일찌기 동아시아가 세계의 축이 될 것
이라고 내다 보았습니다. 한국의 수도인 서울의 위치를 보면 남쪽으로는
도쿄,서쪽으로는 홍콩,북쪽에는 블라디보스톡을 끼고 동아시아의 핵심에
위치해있습니다. 앞으로 서울이 동아시아경제권의 중심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까.

"서울을 이들 도시와 함께 열거하는 것은 파리 프랑크푸르트,런던,
암스테르담등을 열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경제활동을 중심으로 역사의 중심지가 옮겨왔다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흔히 이같은 중시지의 변화는 그리스에서 시작돼 로마,
유럽,미국,동아시아로 옮겨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21세기
를 눈앞에 둔 지금 별다른 실효성이 없습니다.

투자와 금융의 글로벌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국적기업들은
이익을 좇아 국경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명의 중심지를
얘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한국에 적절한 장기적인 생존전략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국이 자국의 생존전략만을 생각하기에 앞서 인류의 생존전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류는 환경오염,핵확산등 중대한 위협에 직면해있습니다.

이같은 위협을 극복하고 빈곤한 나라들도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한국이 동참해야 합니다. 한국은 여러가지 면에서 벨기에와 흡사
합니다. 긴 역사,성공적인 무역확대,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등은
한국과 벨기에를 유사한 운명에 놓이게 하고있습니다. 벨기에는 독일과
프랑스간의 협력을 고무함으로써 소국으로서의 생존 방안을 마련해가고
있습니다.

또 각종 다자간 기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핵문제,영토,안보등을 집단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동아시아의 안보
기구 창설에 적극 나서 벨기에와 같은 방식의 공존공영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한국이 소국으로서 동아시아안보기구와 같은 지역다자간기구에서 큰 활약
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까.

"한국이 단독으로 해내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동아시아내에 한국과
유사한 국력을 가진 다른 국가와 협력해 지역강대국가에 못지않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유럽에서는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등이 유럽 평화지역 창설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들 국가는 러시아의 정정이 불안해
지면 덩달아 안보에 위협을 받기때문입니다 "

-한국은 처음에는 일본을 따라잡는다는 차원에서 경제전략을 수립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당장의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려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경제를 따라잡는 것이 한국인들의 심리가운데 뿌리박힌
목표입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문화적으로 일본을 열등시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모순가운데서도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겠다고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나라가 경제적으로 부강한 이웃나라를 모방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지극히 당연합니다. 17세기 영국은 네덜란드이 경제를 따라잡기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독일은 19세기에 영국의 경제적성공을 모방하는데 급급했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이웃한 경제대국인 일본을 모방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은 앞서간 일본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뒤쫓아
오는 다른 개도국들도 방심하지말고 지켜보아야할 것입니다. 예를들어 한국
이 자랑하는 조선산업의 경우는 자본과 어느 정도의 기술력만 갖추어지면
인도네시아,브라질등 다른 개도국에서도 성장산업으로 둔갑할 수 있기때문
입니다. 또 한국기업들은 앞으로 인류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주의
깊게 관찰해 이를 전략산업으로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예로 미국에서는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환경엔지니어링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습니다"

-일본학자인 미요헤이 시노하라는 강대국의 조건으로 군사력,경제기술력,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자본력등 네가지를 들었습니다. 저는 여기에다가
소프트웨어 파워를 하나 첨가하고 싶습니다.

교수께서는 강대국의 조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조셉 나이도 소프트웨어 파워를 강대국의 조건중의 하나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강대국의 조건을 정의하려면 먼저
권력이 무엇인가를 규명해야 합니다.

권력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무형의 힘입니다. 금전 문화
군사력 기술력등이 모두 권력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권력에는
여러가지 면이 있는 것입니다. 강대국이 되기위해서는 이같이 다양한 권력
의 면들을 가급적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구소련은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기본적인 중공업도 상당히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본력 첨단기술 이데올로기등에 있어서는 강력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강대국의 요소가 다른 나라로 옮겨 갈때에는 소프트파워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랑스가 경제력에서 독일에 뒤져갈때 프랑스 문화의
우수성이 유달리 강조되었으며 영국이 20세기 중반 경제적으로 미국에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