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무역진흥회(JETRO) 해외경제정보센터가 한국에 진출한 55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내부자료로 보관하고 있는 "한국의 투자환경
변화와 일계기업의 대응"이란 보고서(93년2월)에서도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난다.

조사대상기업중 38개사가 자금조달문제, 37개사가 임금상승,32개사가
노무문제,15개사가 품질관리문제를 당면한 경영상의 문제점으로 각각
지적,이들이 외국기업들의 국내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이유임이
입증되고 있다(복수응답).

자금조달문제와 관련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역시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담보대출을 관행으로 하고 있어서
부동산이 적은 외국기업으로서는 자금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과
해외에서의 자금도입에 각종규제를 가하고 있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인들을 자주 접하고 있는 일본상공
회의소 서울사무소의 하세가와 다다토시(장곡천정이)소장은 "한일합작
업체가 일본측파트너에서 운영자금을 도입하려 해도 관계기관에서는
아예 접수조차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싼금리로 자금을 쓸수
있는 업체가 어쩔수 없이 높은 금융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한다.

임금문제에 대해서는 생산성향상을 수반하지 않은채 고율의 인상이
진행돼 국제경쟁력이 저하됐다는 점이,노무문제에서는 노조의 과격투쟁과
근로자의 잦은 이직등이 주요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한국에 진출한
일본제조업체의 80%가량은 노동력에 매력을 느껴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임금수준이 비교적 낮으면서도 질이 우수한 일벌레 노동자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노동력은 이제 한국에서는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오히려
3D산업을 경원하는 선진국병이 때이르게 전국을 덮어 동남아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형편이 됐다.
이같은 사정은 종업원에 대한 평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조사대상중
종업원에 만족한다는 업체는 7개사에 그쳤고 그저 그렇다 또는 불만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진출당시의 기대와는 크게 어긋나는 결과다.

하세가와소장은 "임금과 노조의 과격성은 한국에 진출한 업체라면
지적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밝히면서 "한국의 근로자들은 권리는
충실히 찾지만 의무엔 소홀한 것같다"고 덧붙인다.

한국에 진출했을 때 품질문제등으로 거래할 업체가 많지 않은 점도 심각한
문제다. 보고서에서는 한국진출일본업체중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고 있는
업체에 비해 일본에서 부품을 조달해 쓰고 있는 업체가 2배에 달하고 있다.
마땅한 거래선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이유다.

게다가 한국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는 경우도 거래상대방에 만족하고 있는
경우는 10%선에 불과하다. 절반정도의 기업은 그저그렇다 는 반응이고
40%가량은 아예 노골적으로 불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품질이 안정되지
못하고 납기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외 한국정부의 수입선다변화정책 출자비율제한 불합리한 각종규제등도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로 자주 지적됐다. 이에따라 조사대상기업중
10%를 넘는 6개기업은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앞으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나라로서 한국은 찾기가 힘든
형편인 대신 임금여건등이 훨씬 유리한 중국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세가와소장은 "한국정부가 요즘 외국인투자활성화를 위한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는 점은 환영할 일이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새로운
계획과 내용은 매우 불충분하다"고 지적하고 "특히 외국으로부터의
자금도입에 대해서는 완전자유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