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미국으로 이민가서 LA에 살고 있는 친구가 휴가차 귀국했다.
오랜만의 재회인지라 이런전런 이야기가 오갔고 화제는 자연스럽게
재미교포들의 생활에 관한 것으로 흘렀다.

그 친구는 지난번 LA흑인폭동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생업의 터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다는 말을 하면서 "기회의 나라"라는 미국으로 가서 잘
살아보려고 했는데 불의의 사건으로 그동안 피땀흘려 모은 재산은
잿더미가 되어버렸고 마음까지 피폐해졌다고 의기소침해 했다.

거기에 덧붙여 LA흑인폭동의 원인중 하나가 한국에 있는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민주화과정을 겪으면서 미문화원에 화염병을
투척하고 반미구호를 외치는 모습들이 미국에서도 뉴스로 많이 방영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 시청자들에게는 한국 젊은이들이 미국을 증오하는 것으로
비쳐졌고 알게 모르게 이러한 부분들이 LA흑인폭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
느냐는 말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UR협상이다,개방이다 해서 국제화 감각을 빨리 익혀야만
하지 않겠느냐는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있는 요즘,우리의 자세를 한번
반성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외국TV에서
한국인이나 우리나라를 성토하는 장면이 비쳐진다면 우리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시시각각으로 국제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속에서 상대방 국가에 감정이
있더라도 직접적인 불평행위나 그 국가를 모독하는 행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제 국가 대 국가관계에서도 개인관계에서와 같이 서로
조심하고,존중해 주고,불평불만등은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서 전달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본다.

어떤 미국인이 필자에게 이런 말을 물은 적이 있다. 한국에 테헤란로는
있는데 워싱턴로는 왜 없는냐고. 그동안 우리는 미국이라는 강자에 대한
컴플렉스를 그러한 반미행위등으로 풀어보려 한 것은 아닌지. 이제는
우리도 대등한 입장에서 당당하게 그들을 대한다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는
것이 국제화시대에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