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이대사범대학장 심리학>

나도 나이를 먹은 탓인가 평화스럽게 그냥 축복만 받으면서 성탄절을
보낼수는 없었다. 세상을 위해 뭔가 한 것이 없는 빚진 마음이 나를
무겁게 하고 있을 즈음 교회의 예배도중에 가족들과 찾아갈곳이 문득
생각났다.

통유리 속의 윤락여성들이 호객하는 눈웃음을 보내고 그곳을 조금
지나서는 미성년자 출입제한 팻말 주위로 판자집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마치 피난시절 영화를 촬영하는 셋트처럼 보이는 곳을 지나면,큰
고목나무에 새들이 노는 그림이 길 앞을 막는다. 위는 철로요,그 아래를
받히고 있는 지하차도의 굵은 난간에 "오병이어의 거리"라 적혀 있는
이곳은 최목사가 중심이 되어 배고픈 이들에게 매일 점심을 무료로 제공해
주는 거리이다. 크리스마스캐롤이 들려온다. 귓볼을 에이는 매운 날씨나
드럼통에서 타는 쓰레기 냄새만 아니면 그런대로 파라다이스를 연사케한다.
그러나 이곳 저곳에서 음식을 쭈그리고 앉아 먹는 이들,옷가지를 얻가는
노인들,성한데가 한 군데도 없는 의지할곳 없는 무의탁 노인들이 서성대고
있다.

우리도 모두 늙어가고 있다. 의술, 위생시설등은 점점 좋아지고 자녀
출산은 적어니니 자연히 우리나라도 노력화 시대로 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인들의 문제는 나라에서도 돌보지 못하고있고,또 부모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자녀들도 점점 잊어가는 실정에서 그저 죽기만을
기다리는 무의탁 노인들이 도처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고 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음식을 받기위해 줄지어 서있는 초췌한 모습의
노인들.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허기를 채우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편안함과 부유함을 나눌수만 있다면 이런 참담한
모습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세월은 어김없이 흐르며 젊음은
영원할수 없고 누구나 다 늙어간다는 이 진리를 언제까지 잊고 살것인지.

이 해를 마무리하면서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다일공동체의 꿈인 무의탁
노인들과 걸인들을 수용할수 있는 사랑의 집이 마련되어 주름진 노인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을 찾아줄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속
에서도 선교와 급식을 하는 최일도 목사의 다일공동체 사업에 끝없는
박수를 보낸다. 구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한번쯤 답십리 쌍굴다리
"오병이어의 거리"를 찾아보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