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은 엔화의 위력이 세계경제를 뒤흔든 한해였다.

국제외환시장의 투기자금이 엔화매입에 광분했으며 각국은 엔고가
자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 2월 일본의 무역흑자를 줄이기위해 엔화가치 절상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주장으로 촉발된 엔화강세는 그후 거침없는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8월에는 달러당 1백엔시대를 열었다.

엔화가 지난 72년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바뀐지 20년만에 환율이
달러당 3백60엔대에서 1백엔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에따라 엔화가 세계경제무대에 달러화에 버금가는 기축통화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나돌았다.

통일 독일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마르크화가 상대적으로 약세에 빠진가운데
엔화의 강세는 달러화와 엔화를 중심으로한 국제통화질서의 재편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뒤를 이었다.

올해의 엔화강세는 지난 71년 미국의 금태환정지선언으로 브레튼우즈체제가
붕괴된 이후 시작된 1차파동에 이어 78년 미경상수지의 적자체질화로 인한
2차엔고, 85년 플라자합의에의한 3차엔고이후 4번째로 찾아온 것이다.

특히 선진5개국이 환율조정을 위한 협조개입을 강화하기로 한 플라자합의
이후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약60% 뛰어올랐다.

엔화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직접적인 동기는 일본의 막대한
무역흑자이다.

플라자합의이후에도 계속 늘어만가는 일본의 무역흑자는 일본을 다른 주요
교역국의 표적이 되게했다.

특히 미국경제의 재건을 내세우고 등장한 빌 클린턴 미행정부는 일본의
무역흑자 감소책을 강력히 요구했다.

미국은 일본에대해 경상수지 흑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 5~2%로 줄이고
산업분야별로 수입수량목표를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엔화의 초강세를 가져온 궁극적인 원인은 일본의 경제력에서
찾아져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통화가치가 곧 그나라의
경제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현재일본의 국민총생산(GNP)는 세계전체 GNP의 7분의 1을 차지한다.

수출은 세계전체수출에서 9. 1%, 수입은 6. 7%에 이른다.

또 지난해까지 세계 3위이던 1인당GNP도 내년에는 선두로 나설 전망이다.

이같이 비대해지고 있는 일본경제력이 엔화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엔화는 지난 73년 변동환율제 실시이후 20년간 연평균 5%씩
상승했다. 엔화 강세가 결코 일시 왔다가 사라지는 현상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엔화가치가 이같이 상승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엔화거래도 급격히
늘고있다.

런던,뉴욕,도쿄등 주요국제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규모가 하루
2천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달러거래규모의 25~30%에 해당한다.

이와함께 엔화를 기준으로 한 무역거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 무역의존도가 높은 아시아국가들의 경우 엔화거래비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이들국가의 엔베이스 수입비율은 현재 10~20%에 이른다.

외환보유측면에서는 세계전체국가의 외환보유고중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80년만해도 4. 4%에 머물렀으나 89년에는 7. 9%로 상승했고
최근엔 9% 안팎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이보다 다소 높은 10~15%의 외화를 엔화로
보유하고 있다.

엔화가 세계경제무대에서 기축통화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실들이다.

기축통화는 세계정세가 불안할 때 안전판으로 기능한다.

달러화가 전통적으로 해온 안전투자처로서의 역할에 엔화가 가세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올해 유럽환율조정체계(ERM)가 혼돈에 빠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었을 때 외환투기자금은 엔화에 몰려들었다.

ERM이 정상을 회복할때 까지 엔화 안전판의 보호를 받기위해서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정정이 혼미했을때에도 외환투기자금은 과거와같이 무작정
달러화로만 몰려 달러화강세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엔화가 안전투자처
로서의 기능을 하고있음을 간접적으로 읽게하는 부분이다.

높은 구매력과 안정적인 가치를 지닌 통화는 슈퍼 파워에게 필수조건이다.
엔고로 인해 일본 산업의 해외경쟁력이 재차 도전받게 되었지만 일본은 이를
내심 슈퍼파워가 치뤄야할 시험으로 여기고 있는 분위기이다.

일본이 세계경제를 선도하고 세계 최대의 자본공급국으로 세계경제를
주무르기 위해서는 경제력에 걸맞는 통화가치가 요구되고 있음을 일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채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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