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파고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술이 바로 ''하이트맥주''.

조선맥주가 지난5월 첫선을 보인 하이트맥주는 지난달 60만2천8백상자
(5백ml 20병짜리기준)가 팔려 지난 10월말부터 21.8% 신장됐다. 첫달
판매량 13만2천상자와 비교하면 반년만에 무려 4-5배로 늘어났다. 송년회
등 각종행사가 겹치는 연말이면 맥주소비가 으레 급증하는 추세로 미루어
이달에 1백만상자 판매는 무난할 것으로 조선맥주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하1백50m의 1백% 천연수맥주''를 표방, 주류업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하이트는 ''맥주를 끊여 드시겠습니까'' ''하이트맥주를 만드는 이 물이야
말로 정말 깨끗한 물입니다'' 등의 공격적인 광고를 내놓으면서 라이벌
OB에 도전, 화제를 뿌려왔다.

''천연수맥주라니까 그런지 맛이 더 산뜻한 것같다'' ''예전의 크라운맥주
처럼 쓰지 않다'' ''뒤끝이 좋다''등 소비자들의 호감을 사고있는 하이트
맥주는 이제 크라운의 대표상품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당초 자사제품
판매비중의 3.6%에 불과했으나 11월말현재 17.1%로 드라이맥주를 훨씬
앞지르는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OB를 포함한 전체 맥주시장에서
점하는 비중도 5%를 넘어 동양맥주를 위협하고 있다. 광고카피도 ''이젠
하이트로 바꿨습니다'' 등으로 바꿔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하이트맥주의 성공은 전반적인 맥주소비가 침체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대비돼 더욱 빛난다. 맥주전체소비량은 올들어 9월말현재 1백11만4천kl
로 작년동기 1백18만kl에 비해 5.6% 줄어들었다.

동양맥주의 OB에 대해 특히 서울등 수도권지역에서 열세를 보여온
조선맥주는 하이트맥주가 판매호조를 보임에 따라 수도권지역에서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종전에 서울지역의 셰어가
20%를 넘기지 못했지만 이제는 11월말 현재 23%정도로 올라왔다는 것
이다. 영남시장판매량이 서울보다 많았던 것이 보통이었지만 하이트가
나오면서 그것이 뒤집혔다고 한다. 특히 하이트가 슈퍼마켓 편의점
연쇄점 등 종전에 OB의 독무대이던 가정시장을 위주로 뿌려져 왔다는 점
에서 그만큼 OB의 시장을 빼앗은 것으로 조선맥주측은 해석하고 있다.

조선맥주가 하이트를 내놓은 것은 내년 4월께로 예정돼 있는 진로의
맥주출시등 주류시장의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진로가 맥주를 내게 되면
OB와 갈라먹던 맥주시장이 3파전의 양상을 띠게 된다. 크라운은 종전에
OB와의 셰어전쟁에서 진로소주에 얹혀 팔리는 경우가 있었으나 진로가
맥주를 내게되면 진로와도 경쟁관계가 된다. 진로가 소주를 무기로 맥주를
끼워팔기로 나오면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이 크라운일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같은 난국에 정면으로 맞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 이른바 ''자연주의''
에 호소하는 하이트맥주다. 따라서 조선맥주는 하이트맥주의 성패에 사운
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조선맥주는 크라운맥주라는 상표를 하이트맥주로
바꾸기라도 할 듯이 하이트맥주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로맥주의 출시와 OB의 대응 등 맥주시장의 변화속에서 하이트맥주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거리다.

< 채 자 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