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중 받은 수혈로 인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감염됐을 경우 채혈자
인 대한적십자에게는 책임이 있으나 이 혈액으로 수술한 병원과 국가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87년 11월 에이즈검사법이 제정되기 이전의 사건에 대한 법원
의 해석이기 때문에 제정이후 사건에 대해서는 병원과 국가의 책임여부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서울민사지법 합의15부 (재판장 김목민 부장판사)는 22일 수술중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돼 자살한 이모씨(당시 20세)의 유족들이 대한적십자 서울대
병원 국가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이같이 판시,"대한적십자는
유족들에게 1천2백여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한적십자는 혈액의 안전성 확보위해 고도의 주의
의무가 있다"며 "채혈 당시 에이즈감염 여부를 검사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가는 국내에서 에이즈 감염자가 발견된 85년 12월이전
부터 혈액의 안전성 확보와 예방대책 수립에 노력해왔고 87년 7월부터는
헌혈 혈액 전부에 대한 에이즈 검색을 실시하는등 노력을 한 만큼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서울대병원은 위독한 이씨를 수술하기 위해 간단한 혈액형
검사를 한뒤 밀봉된 혈액을 수혈했기 때문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 87년 1월 내장혈관 파열증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중 수혈을
받았으나 91년 10월 수혈받은 혈액에 의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통보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느니 깨끗이 죽는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92년 4월
자살했다.

이에 유족들은 대한적십자등을 상대로 에이즈감염을 방지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3억3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