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사회적인 참여속에서 펼쳐진 "93책의 해"는 그동안 열악했던 독서
환경을 해소하고 바람직한 독서풍토조성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햇동안 모두 7백여건의 각종 행사를 치러내며 독서붐 조성에 총력을
기울여 전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낸 책의해는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책읽는 사람이 이끄는 사회"를 위한 기반을 알차게 다진 한해였다.
우선 책의해를 기해 기획된 독서세미나및 현안별 워크숍, 도서특별전및
순회도서전, 책의 장르를 확대하는 전시회와 퍼포먼스, 책선물주고받기
운동, 사랑의 책보내기, 책사랑방 개설, 책의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
책문화총서 간행, 책의해 인물선정 작업, 독서진흥법제정추진, 전국민
독서실태조사 등 다채로운 행사들도 책문화확산에 주효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작은 책광고운동, 중복출판지양, 채택료부조리 없애기운동,
퇴폐출판물 근절활동 등 출판계가 앓고있던 고질병들에 대해 자정운동을
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무리한 광고를 지양하고 작지만 알찬 광고운동을 펴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해 현재 상당한 호응을 얻고있으며 많은 서점에서는 중복출판된
책이나 퇴폐출판물은 아예 진열조차 거부하기로 결의, 무질서 추방운동을
벌였다.

많은 행사가운데 특히 책의해 최대의 이벤트였던 "서울국제도서전"은
53만명이라는 엄청난 관람객이 입장, 책의해 열기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국제적인 도서전으로 발전할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기도했다. 아울러
최초로 실시된 전국민독서실태조사도 책의해가 남긴 의미있는 작업으로
평가되고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열악한 독서환경과 독서교육실태를 파악, 독서정책과
독서운동의 개선의 지표로 활용하기위해 실시한 이 실태조사는 앞으로
각종 독서진흥활동의 중요한 기초자료의 역할을 하게된다.

이와함께 책의해가 거둔 의미있는 또하나의 성과는 그동안 독서와
관련된 활동을 소홀히 해왔던 각기업체들도 행사에 적극 참여, 기업내
독서운동이 널리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사내독서실운영, 독서모임,
스터디그룹활동 뿐만아니라 독서휴가제실시, 독서연수프로그램도입,
사내독후감대회및 도서교환전등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독서운동이
기업내에 알차게 뿌리를 내렸다. 현재 조사된 기업내 독서활동은 모두
5백여건에 이르고 있다.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는 받고있지만 책의해가 남긴 아쉬움도
적지않다. 무엇보다 구조적인 불황의 영향이기도 했지만 지난해보다
출판종수가 줄어든데다 판매부진으로인해 적지않은 출판사들이 책의해에
오히려 고통을 당했고 서점가에도 그대로 파급돼 매출액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지 못했다.

아울러 최대역점사업이었던 독서진흥법도 제정되지 못한채 해를 넘기게
돼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출판계와 도서관계의 의견대립으로 인해
"도서관및 독서진흥법"(안)으로 고쳐져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이법은
실질적인 독서진흥의 관건이 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아울러 오는 97년으로 예정된 출판시장개방을 비롯 우리출판계의 사활이
걸린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책모색도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아무튼 93책의해는 독서활동과 분위기조성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렵게 조성해놓은
여건들을 앞으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속해 나가느냐하는 문제가 관건
으로 남아있다.

< 백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