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연말 조직개편 및 임원 보직인사가 거의 마무리됐다.

지난달 사장단인사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각사별로 이뤄진 보직인사에서
상담역으로 5명,고문으로 4명,자문역으로 27명이 발령받아 현업에서 물러
났고 사장 보좌역으로도 14명이 임명됐다.

3차에 걸쳐 지금까지 1백48명의 임원이 최고경영자(CEO)교육에 들어간
것을 포함하면 삼성그룹 전체임원 8백50여명 가운데 거의 4분의1에 이르는
1백98명의 임원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셈이다. 질위주의 신경영은 인사
개혁부터라는 이건희 회장의 방침에 따라 사상 유례없는 물갈이가 이뤄진
것이다.

임원이 아니라 "1년계약직"으로 퇴임당시 봉급의 80%만 받는 자문역과
고문 상담역은 글자그대로 퇴진 케이스.

회사별로 보면 삼성전자에서는 미국연구소를 맡았던 K전무,온양공장 관리
책임자였던 S상무,H연구위원 K이사등이 자문역으로 발령났다.

삼성물산은 석유사업 담당 L상무와 또다른 L상무등 3명,전기는 콘덴서사업
담당 P상무,기전사업담당 K이사등 2명,건설은 싱가포르지점장 J이사 및
건축본부 L이사,토목본부 P이사등 3명이 자문역 발령을 받았다.

또 중공업은 관리책임자였던 L전무,전관은 영업본부장 Y전무,엔지니어링은
기술본부장 O상무,석유화학은 관리본부장 L전무,시계는 관리담당 J이사,
화재는 관리본부장 L전무등 주로 50세안팎의 임원들이 많이 자문역으로
발령받았다.

자문역 임명은 사실상 "나가달라"는 얘기로 그룹안팎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자문역들이 1년을 채우지 않고 몇달있다 그만두는
것이 통례이다. 특히 이번에는 자문역으로 임명되는 절차없이 자의든타의든
그룹을 떠난 임원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직 조직개편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더 물러나는 임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CEO교육에는 각 계열사의 관리본부장들이 대거 입소했다. 삼성
물산 이중구 부사장,전자 송용노 전무,생명 이택화 전무,전기 김시균 전무,
항공 안복현 전무,제일모직 지창열 전무,증권 홍성일 상무등이다.

신설된 "사장보좌역"으로 발령받아 현업에서 빠진 고위임원들도 많다.
삼성물산이 정방언 민재홍 박철원 김명한 정우택전무를,전자가 김건중
최재준 김영웅 전무,항공이 노석호 유무성 부사장,종합화학이 변재황 전무,
제일모직이 오명록 부사장,제일합섬이 양원석 전무,제일기획이 이희준
부사장을 사장보좌역으로 각각 선임,결재라인에서 배제시켰다. 다른 계열사
들도 곧 1~2명씩의 사장보좌역을 임명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삼성그룹 임원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무급
이상 고위임원들의 절대다수가퇴진하거나 CEO교육에 들어가고 아니면 사장
보좌역으로 임명돼 결재라인에서 빠지게돼 업무처리 행태도 크게 달라지게
됐다.

일부회사의 경우 담당임원이 없어져 부장이 바로 사장결재를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CEO교육대상자의 경우 "정리"를 위한 것이 아님을 거듭 강조
하고 있다. 국제화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켜 6개월 과정의
교육이 끝난후 대부분 복귀시킬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장보좌역도 고위임원들을 미래경영자로 키우는 "사장후보"양성을 위한
제도라는 설명이다. 부사장 전무급이 사업부를 맡고있는데 따른 부서
이기주의 조직 비대화의 폐단을 없애고 결재단계를 축소,빠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신인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번 인사는 임원들의 세대교체로 이어지고 있다. 전무급이
관장하던 관리본부가 대폭축소돼 기존 관리본부장들이 일부 퇴진하고
나머지는 CEO교육에 들어갔으며 사업본부를 맡았던 다른 전무 부사장들도
대개 사장보좌역으로 발령받으면서 그 자리를 상무.이사급이 메우고 있다.

조직을 대폭 젊게 하면서 상무이하 임원들을 중심으로 현업이 돌아가도록
하려는 뜻이다.

세대교체의 대상은 부장급까지 내려가고 있다. 지난달 인사에서 새로 대우
이사로 승진한 1백29명가운데 20%정도가 77~78년입사한 40대초반 부장2년차
(1갑14호봉)에서 발탁됐다.

이에따라 승진에서 누락된 부장3년차부터 눈에 띄게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승진인사에서 누락된 부장3년차
이상들만 전체 계열사에서 약 1천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다.

이들 고참부장들 일부도 어떤 식으로든 정리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세대교체를 겨냥한 대규모 물갈이는 계속 "진행중"인 셈이다.

<추창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