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경제 컬럼니스트이며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지의 편집자
인 로버트 커트너는 인터내셔널 비지니스위크지 최근호에 기고한 자신의
컬럼에서 미국의 무역정책이 방향감각을 잃은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의 기고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시애틀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하고 있는 동안 미국내에서 가장 저명한 일본문제
전문가들은 뉴멕시코주의 산타 페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기술경제
대국의로서의 일본"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세미나에서는 현재 일본의
경기침체와 자민당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국가주도라고 하는 일본경제의
기본 성격은 결코 변화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만성적인 무역흑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클린턴대통령은 시애틀에서 기괴하고도 모호한 그룹인 APEC이 자유무역
지대로 발전해야한다고 거창하게 제안했다. 그러나 산타 페의 세미나
에서도 지적된 것이지만 미국을 제외한 어떤 APEC 회원국가들도 미국식
자유방임주의를 경제모델로 간주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대신 정부와
산업의 연계, 정부의 금융지원, 수입제한등에 경제발전을 의존하고
있다.

구조적 중상주의라는 아시아국가들의 개발모델과 미국의 일반적인
개방주의와의 조화는 자유무역에대한 호소를 통해 이루어질수 없다.
현재의 무역현실에 비추어볼때 클린턴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은 한마디로
순진한 것이다. APEC 시애틀회의에서는 화려한 겉보기와는 달리 정작
구체적이고도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특히 일본의 시장개방, 중국의 시장자유화 등의 문제에서는 성과가 별무
였다.

아시아외교관들은 오히려 아.태내 어떤 무역블록에관한 제안에 대해서도
찬물을 끼얹었다.

시애틀회의에서 이루어진 가장 구체적인 조치는 관세를 서로 인하하기로
공동 서약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관세는 이미 미국과 비교해 균형을
이룰만큼 낮은 수준에 있다. 심각한 장벽은 관세가 아닌 비관세인 것이다.
일본의 비관세장벽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무시함으로써 미국의
대일본 통상정책은 번번히 실패했다. 놀랍게도 클린턴행정부의 고위
공무원가운데에는 단한명의 일본 전문가도 없다.

일본은 미국에대한 경제의존도가 심한 멕시코와는 다르다.
일본은 미국시장에대한 접근을 넓히기위해 자신의 경제구조를 바꾸려들지
않을 것이다. 더우기 일본은 이미 자신들이 필요로한 미국시장 접근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과의 만성적인 무역역조 현상을 해결하기위해서는 시장
개방에 있어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는 수밖에 없다. 자유무역에 대한
애매한 옹호로 이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종합해볼때 클린턴행정부의 무역정책은
이데올로기면에서나 전략적인 면에서나 모두 갈피를 못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자유무역과 중상
주의가 어색하게 섞인 혼합물로 선전됐다. NAFTA 지지를 촉구하기위한
리 아이아코카 전크라이슬러회장의 TV광고는 NAFTA가 유럽과 일본을
배척한 북미무역블록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같은 선전이
어떻게 세계자유무역을 증진하는데 기여할수 있겠는가. 유럽인들에게는
NAFTA나 APEC자유무역지대 추진 등은 미국이 지금까지 비난해온 폐쇄적
지역주의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미국이 무역정책에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은 경제이데올로기에 있어서의 끊임없는 논란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무역이론가들은 자유방임이 경제성장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그러나 일본과 한국등 비자유방임적인 정책을 취해온
국가들의 경제성장에 직면, 자신들의 이론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최소한 지금까지의 미국정책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만약에 자유방임이 미국이 취할 수있는 최선의 정책이라면 미국은시장을
계속 개방하고 외국에대한 무역보복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얻는 결과는 만성적인 무역적자의 지속이다.

최근에는 클린턴대통령이 자유무역블록을 제창,무역정책에 더큰 혼선을
빚고 있다.
미국의 무역정책은 더많은 교역인가,균형있는 교역인가,아니면 전세계적인
자유무역인가. 미국은 하루빨리 무역정책의 골격을 가다듬어야 할것으로
보인다.

<정리=채명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