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체제의 성립은 한미협상등으로 예비시험만을 봐오던 국내금융산업에
본시험을 치르도록 재촉하고 있다. 이 시험은 물론 정부의 보호가 벗겨진
상태에서 외국금융기관과 완전 경쟁이라는 어려움을 전제로 하고 있다.
완전경쟁시험은 외국금융기관이더라도 응시자격에 대한 제한이 크게 풀어
지면서 시작될 모양이다. 우선 외국은행이 국내에 지점을 설립할때 당국이
인허가 여부를 결정할수 있는 근거인 ''경제적 필요성심사(ENT)''가 내년
부터 폐지된다. 자산기준으로 세계 5백대은행중 국내에 사무소를 설립한지
1년이 넘으면 어느 은행이나 지점을 낼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인가제가 남아있는한 ENT를 없앤다고 해서 실질적으로는 자유화되는게
아니다"라고 느긋해하는 이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외국은행에 드리워져
있던 진입장벽이 허물어지는 점은 분명하다. 국내에 진출한 외은(현재 52개)
이 2-3년내에 배이상 늘어난다면 국내은행의 본시험경쟁률은 그만큼 더
세어질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외국은행이 국내에 쉽게 들어올수 있을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제한을
두었던 원화조달기회도 확대된다. 외국환관리규정이나 소비자보호등 관련
규정에 맞으면 ''까다로운'' 정부규제를 받지 않고 신상품을 만들어 낼수
있게 된다. 국내은행이 꿈도 꾸지 못하는 선물이나 옵션등을 이용, 주가
를 정확히 예측해 이를 예금금리와 연동시키는 고수익상품을 개발함으로써
국내자금을 끌어갈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본국에서 갖고 온 외화를 원화로 바꿀수 있는 한도도 늘어난다. 현재
전월에 매입한 외환평잔의 2%, 자기자본의 1% 또는 2백만달러중 큰 금액
으로 돼있는 현물환매각초과포지션(OS)한도가 빠르면 내년부터 전월매입
외환평잔의 3%, 자기자본의 2% 또는 3백만달러중 큰 금액으로 늘어난다.

국내은행의 은행원 1인당 예금은 지난해 1천6백46달러로 일본의 9.5%
에 불과하다. 1인당 대출도 10%에 지나지 않는다. 1인당 당기순이익은
32.6%, 자기자본이익률은 43.3%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
금리차는 4.7%(91년기준)에 달해 미국(3.9%, " )과 일본(2.2%, " )에
비해 현저히 높다. 더욱이 은행부실채권은 지난 9월말현재 3조1천억원
으로 대출잔액의 2.0%에 이르고 있다. 일부은행에서는 무려 5%에 달해
경영정상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력(효율성)이 없으면
과외공부라도 해야할 판인데 과외는 커녕 돈을 더 벌어가면서 시험을
보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은행만이 문제는 아니다. 내년부터 외국인주식투자한도가 늘어나면
국내증시의 해외의존도가 높아지고 그만큼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다.
증시가 개방된 이후 지난해 25억달러, 올해 50억달러 정도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유입됐는데도 통화관리다, 환율절상이다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터에 한도가 늘어 유입량이 더 늘면 통화신용정책은 지금
까지 해오던 당국의 관리수단으로는 사정권을 벗어나게 된다.

결국 우리금융기관이 앞으로 치러야 할 본시험은 적자생존이란 정글
법칙이 적용될 수 밖에 없다. 자기자신이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고립무원의 상황을 의미한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문턱이 높던 시절의 구각을 얼마나
빨리 벗어 던지느냐에 따라 생존이 달려있는 셈이다.

부동산담보 위주의 대출관행이나 꺾기등 불건전금융관행을 하루속히
타파해 은행의 자산운용에 효율을 기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국
의 정책도 경쟁을 촉진하며 부작용을 방지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것들이 다 외국금융기관과 함께 시험을 치러 합격할수 있도록
실력을 쌓지 못해 시험에 떨어지면 그다음 순서는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실력을 쌓을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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