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를 관장하고,전투를 직접 지휘하는 최고위급 무장들 모두가 에도행이
전략상으로 유리하다고 하니,더는 왈가왈부할 여지가 없었다. 그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요시노부는 만면에 흡족한 미소를 떠올리며 선언을 하듯 말했다.

"귀공들의 현명한 판단에 따라 에도로 가기로 결론이 내려졌소. 매우 잘된
일이오. 그러면 그일을 지체없이 실행에 옮기도록 하기 바라오" 그러자
참모장인 다케나카가 불쑥 입을 열었다.

"실행에 옮기는데 있어서 문제가 있습니다. 뭐냐 하면 저. 지금 군사들은
감정이 극도로 격앙되어 있는 상탭니다. 부상병들까지 이를 갈며
오사카성의 사수와 쇼군 각하의 진두지휘에 의한 반격을 바라고 있습니다.
싸움에 져서 사기가 죽은게 아니라,오히려 더 시퍼렇게 살아나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런 그들에게 에도로의 퇴각을 알리면 큰 야단이 날 겁니다.
어쩌면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이 문제를 심각히 논의해봐야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에도행은 이미 결정되었으나,싸움에 져서 오히려
적개심에 불타고 있는 군사들을 어떻게 무마해서 무사히 에도로 퇴각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로 중신들은 이러쿵저러쿵 한참 의견들을 나누었다.
그러자 쉽사리 뾰족한 수가 집약되어 떠오르지가 않았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만 있던 요시노부가 입을 열었다.

"비상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을것 같소. 군사들을 설득해서 얌전히 에도로
데리고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오. 그 문제는 나에게 맡겨주기 바라오.
그대신 귀공들은 내가 하는데로 순순히 따라주어야 하오. 어떻소?"
비상수단이 뭐 어떤 것인지,밝히질않아서 알수가 없었으나,그렇다고 이의를
제기할수도 없어서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동의를 했다.

요시노부는 즉시 오사카성안에 들어와있는 군사들의 부대장 전원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그들이 넓은 회의실에 집결하자,요시노부는
참모장인 다케나카 한 사람만 대동하고 그곳으로 갔다.
요시노부가 상단에 자리를 잡고 앉고,그 한단밑의 옆쪽에 참모장이 와서
앉자,장내의 모든 시선이 그들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쇼군이 참모장을
대동하고 나타나서 무슨 중대 발표를 하려나 하고 부대장들은 모두 바짝
긴장이 되어 숨들을 죽이고 있었다.

"내가 귀관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한것은 다름이 아니라." 곧
요시노부는 카라카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