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하지않으면 허전하고 오래되면 좀이 쑤시고 안달나는 그런
운동이 있다.

고등학교때부터 신명나게 뛰며 놀던 농구가 바로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좀 과격하다싶기도 하지만 어렸을 때의 많은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고
단짝 친구들과 혼연일체가 되는 그런 느낌이 있어서 좋아한다.

이 운동을 하다보면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때는 영락없이 고등학교학생의 모습 그대로이다.

서울 동쪽의 삼각산 정기를 이어받은 경동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도서관에
책가방을 던져놓은 채 달빛이 나올때까지 농구를 하며 다져진 친구들의
모임이 사회에 나와서 그모양 그대로 간직한 채 결성된(1975년) 모임이
구동회다.

이름그대로 고교동창(29회,1973년졸업) 아홉사람으로 구성돼 20년가까이
지내면서 이제는 가족전체의 모임으로 커지기까지 끈끈한 학생때의 정으로
이 모임이 이어지고있다.

필자는 고등학교시절 농구보다 축구를 좋아했기 때문에 구동회의 다른
친구들보다 농구를 늦게 시작했다.
그러나 고교2학년때인 1971년 지금은 없어진 종로2가의 태화관에서
K고등학교재학생과 우리와의 농구시합을 계기로 농구가 대단히 멋지고
박진감넘치는 경기임을 새삼 깨닫게됐다.

당시 우리는 개인기가 월등히 뛰어났던 상대팀을 콤비플레이로 팀웍을
맞춰 45:44라는 아슬아슬한 점수로 이겨냈는데 그때 영웅이 된듯한
우리들의 모습과 그 느낌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것이다.

결혼후에도 모든 가족들이 모이는 야유회 기회가 있게되면 우리는
어김없이 농구게임을 즐기는데 집사람과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정말
아이가 된 것처럼 갖은 폼을 재며 전력을 다하게된다.

아빠가 된 우리들에게 농구는 식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자랑거리가 된듯싶다.

아뭏든 농구는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친숙한 취미활동이자 추억이며
고향이다.

모임에서 득점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은 역시 구동회회장인 양두석
(손해보험협회 홍보과장), 홍순호(KLA지사장), 조문섭(서울대 자연대학
교수), 목철균(식품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그리고 필자이며 황상무
(포항공대 기계과교수) 김용겸(경원대학 경영학과교수), 배재욱(대우조선
특수개발부장)과 한승(미국체류)등 9명이 구동회의 농구선수들이다.

지금은 병원일이 바빠서 자주 농구를 즐기지는 못하지만 틈나는대로
국민학교 6학년인 아들과 가끔 학교에 가서 볼을 던져보며 농구에 관한
우리들의 추억을 아이에게 들려주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