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의 활성화,장기공연 작품의 증가,극장들의 잇단 개관,"벗는 연극"의
본격적인 등장,국제교류의 폭 확산..

93년 연극계의 특징적인 현상들이다.

올해는 창작극 공연이 번역극에 비해 질/양 양면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연극의 중심적 위치를 확보한 원년으로 자리매김한 "희망적인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전통의 현대화를 통해 한국연극 고유의 주체성을 찾으려는,우리
연극의 색깔찾기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의미있는 한해였다.

극단 연우무대의 "한국연극의 재발견",산울림소극장의 "오늘의 한국연극-
새작품 새무대",작은 신화의 "우리연극만들기"등 극단들의 의욕적인 창작극
시리즈 기획과 함께 활성화된 창작극의 열풍은 지난해 1월이후 14만여명의
관중 동원을 기록한 "불좀꺼주세요"(대학로극장)를 비롯 "돼지와 오토바이"
"등신과 머저리""불의 가면""마술가게"등 많은 "화제의 장기공연 작품"을
낳았다.

이가운데 "백마강 달밤에"(오태석작,연출)"남사당의 하늘"(윤대성 작
손진책 연출)"홍동지는 살아있다"(김광림작,이윤택연출)등 전통적 색채가
강한 창작극이 강세를 보인 점은 전통적인 소재에 현대적 표현 양식을
가미한" 우리 고유 전통의 현대화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연극의 앞날에
밝은 빛을 던져주고 있다.

올해 일어난 이같은 현상은 관객들의"창작극도 재미있다"는 인식확산과
함께 생활자체가 서구화되면서 더이상 외국것에 대한 호기심이 없어지고
우리 정서와 생활을 향유하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예술의전당내 오페라극장 토월극장 자유소극장,연강홀,북촌창우극장,
이화예술소극장등 약20개에 달하는 극장들이 잇따라 개관,부족한 공연장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다. 특히 연출가 김아라씨가 올해 개관한 실험실
혜화동1번지는 상업주의를 배격하고 우리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려는 각종
실험적인 공연시도로 연극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재능있는 연극 지망생들을 교육시킬 한국예술종합학교연극원의 개원확정도
연극계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호재였다.

올해 연극계에 빼놓을 수 없는 특징중의 하나는 "벗는 연극의 등장으로
인한 선정주의의 확산"이다. 극단 세실의 "불의 가면"을 비롯 극단 판의
"북회귀선",극단 반도의 "햄릿머신"등의 작품은 배우들의 전라연기와
여배우들의 젖가슴을 드러낸 공연등으로 외설시비를 일으켰다.

상업적 한탕주의라는 비난과 벗는것또한 예술표현의 한 과정이며 작품성을
위해선 벗어야 한다는 옹호의 목소리가 대립하기도 했다.

이들 공연이 관객동원에 있어 때아닌 호황을 누리기도했지만 무대위에서의
예술표현의 한계와 외설의 기준을 정리해야하는 문제는 연극계가 계속해서
풀어나가야할 숙제로 남겨졌다.

한편 올해는 폴란드의 비브졔제극단이 극단 산울림과, 러시아 모스크바
원형극장이 극단띠오빼빼와 상호교류 공연을 갖기로하고 내한공연을 각각
가진 것을 비롯 일본 프랑스 호주 중국등지에서 활동중인 정상급 외국극단
이나 단체들까지 내한공연을 함으로써 국제연극교류의 폭을 넓힌 알찬 한해
이기도 했다.

올해 전반적으로 창작극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에서도 오히려 매년 개최
돼온 서울연극제가 저조한 관객동원으로 진정한 연극축제의 장으로 승화
되지 못한 것과 심사위원들의 "보수성"때문에 "창작극 중흥 통로"로서의
제몫을 하지못한 것은 시급히 개선돼야할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