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결국 개방으로 결론이 났다.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대로다. "절대
열지않겠다"는 약속을 믿은 적은 애시당초 없었다.

그런데도 뭔가 크게 잘못된것 같아 걱정스럽다. 농촌문제가 큰 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기는 하지만 농촌문제도 우리모두
힘을 모아 노력해나가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일을 처리하는 정부의 자세다. 어쩔수 없이 개방
해야하는 현실이 눈에 보이는데도 "절대 개방하지 않겠다"는 소리만
되풀이된 배경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해 욕을 먹지않겠다는 자세가
정부내에 팽배해있기 때문이다.

10일 발표된 제2이동통신 사업자 결정방식에서도 욕을 먹지않겠다는 정책
당국자들의 "노력"은 나타난다. 전경련에 단일 컨소시엄구성을 일임한 것은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겉으로 보면 매우 그럴듯 하다.

그러나 좀더 뜯어보면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 든다.
왜 제2이동통신을 설립단계에서부터 민간에게 맡기려고 했던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민간기업의 책임과 효율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주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명목상 민영화된 시중은행의 비효율은 우리 풍토아래서의 주인없는 경영의
실체를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제2이동통신이 경제성있게 설립돼 기존의
한국이동통신과 경쟁을 통해 최선의 서비스를 싼 가격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동통신회사를 몇개든 제한없이 설립하게 허용,무제한적인 경쟁이 이루어
지도록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 이상 사업자 결정 방법도 한가지 뿐이다.
사업계획서를 정부에서 심의,사업자를 결정해주는 방식이다.

바로 이 방식으로 6공때 선경을 사업자로 정했더니 특혜시비가 나지
않았느냐,그래서 이번에는 방법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는 식의 설명이라면
설득력이 없다. 당연히 정부에서 결정해야할 사안을 특혜시비가 두려워
경제단체로 넘겼다면 그것은 책임의 회피고,더 큰 문제다.

나라일을 맡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때의 산타클로스처럼 모든 사람에게
선물이나 나눠주는 식으로 일을 해나갈 수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조정자로서,또 나라살림의 기관차로서 공직자의 역할은 때로는 어쩔수 없는
욕을 감수해야 한다.

따지고보면 6공이후 이른바 집단이기주의가 횡행하는 것도 정부가 너무
욕을 먹지않겠다고 몸을 사리는데 원인이 있다. 이쪽 저쪽 어느쪽으로
부터도 좋은 소리만 듣겠다는 정부,그 정부는 아무 일도 할수가 없다.

발전소를 세우겠다고하면 주민들이 들고 나선다고해서 고작 하는 소리가
"발전소 건설에 민자를 유치하겠다"는 식이라면 정말 곤란한 일이다.
그래서는 결국 발전소도 짓지못한다. 특정회사에 발전소건설을 허용하는
것이 또 특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망설이는 사이에 전력난이 빚어질지도
모른다.

나라일중 가장 결정하기 어려운 것은 경제적인 것들이다. 반드시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이 존재하고,가용자원상 제약이 있어 이 일을 하면 저 일을
못하게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논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이해당사자간 시각이 다른 것은 물론
이고 성장과 분배,효율과 균형등 가치관에 따라 주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런 속성상 경제정책은 "빚과 그림자"를 함께 수반하게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것도 비판적인 반론이 나올 수 밖에 없게돼 있다.

"욕안먹는 경제정책",곧 인기정책을 고집하다보면 색깔은 명확해진다.
거시경제정책은 관념적인 방향으로만 치달아 반기업적 성향을 나타내게
된다.

6공때 실효성도 없는 토초세,5.8조치등이 나오게된 배경이기도 하다.
정통성있는 문민정부의 경제정책은 달라져야할 것도 자명하다. 눈앞의
인기에 연연하지않는 정부,먹어야할 욕을 회피하지않는 자세가 아쉽다.

신상민<부국장대우 산업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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