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부의 대물림에 대한 정부의 과세가 더욱 강화될
것에 대비해 서둘러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는 부유층이 부쩍 늘고 있
다.
이에 따라 세무사나 회계사 사무실에는 세금을 적게 물면서 증여 등으
로 재산을 정리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등에 빌딩 2채를 소유하고 있는 정아무개(64.서초구 서초
동)씨는 최근 재산의 대부분을 3명의 자녀에게 물려주기로 하고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세무사를 통해 증여 절차와 절세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정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데 세금이 많이
매겨질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재산을 정리할 결심을 하게 됐다"며 "과
거처럼 세금을 물지 않는 방법을 찾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절세방안
을 세무사와 집중적으로 의논 중"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김아무개(58.여)씨도 20억원대의 재산을 자녀들
에게 넘겨주기로 마음먹고 그동안 부동산 매매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세무
사를 찾아 논의중이다.
김씨는 "어차피 음성적으로 재산을 물려주기는 어렵다고 주위에서 얘
기하고 있어 세금을 내고 재산을 정리할 바에야 과세가 강화되기 전에 하
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세무사를 찾았다"고 말했다.
세무사 등의 조력을 받아 부를 대물림하려는 움직임은 예전에는 수백억
원대 이상의 부유층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수십억원대의 재산가
까지로 그 폭이 넓어졌다.
이는 금융실명제 실시로 세금망을 피해 음성적으로 재산을 물려주는 것
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절세 방안을 찾는 쪽으로 부유
층의 생각이 바뀌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강남구 세무사 사무소의 한 세무사는 "서둘러 재산을 자녀들에
게 물려주겠다며 증여 문제를 상담하러 오는 부유층들이 지난해보다 부쩍
늘었다"며 "이런 상담자 가운데에는 예전에 별로 오지 않던 10억~30억
원대의 재산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일부 부유층 사이에는 부동산 매매 등 재산 변동에 따
른 세금관리를 위해 `개인 세무사''를 두려는 새로운 양상도 나타나고 있
다.
개인 부동산업자인 강아무개(58.양천구 신정동)씨는 양도소득세 등 단
순한 세무업무뿐 아니라 부동산 매매나 건물 신축 문제 등 재산 관리의
상당부분을 세무사에 돈맡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