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나가는 연습장의 레슨프로인 K군은 키가 180cm가 넘는 장신이고
고등학교시절에는 육상선수로 활약한 경력도 있다. 또한 K골프장에서
청운의 꿈을 키우고 있는 H군도 비슷한 체격에 고등학교 시절 핸드볼
주니어 대표팀에서 뛴 경험도 있다. 이들이 볼을 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당장이라도 볼이 깨어져 박살이 나버릴 것같이 느껴질 정도로 파워가 있다.
H군의 경우 8번 아이언으로 170야드를 날려 보낸다. 체격이나 연습량,
경력에 비추어 보면 도저히 필자가 그들을 이기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과 가끔 라운드 해보면 종종 필자가 더 좋은 스코어를 기록
하곤 한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골프의 모든 샷은 다음 샷과 연결돼 있다.

샷과 샷의 연결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게임이라는 것으로 샷을 할때는 늘
다음 샷을 하기 좋은 장소로 볼을 보내야 한다. 아무리 장타의 티샷을
날린다하더라도 그것이 OB가 나거나 로스트볼이 되거나 러프등에 빠져드는
경우 그샷의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온그린 시킨 볼이 홀컵에서 1.5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심한 내리막
라인인 경우와 2m 이상 떨어져 있으나 오르막 라이인 경우 어느쪽이 잘된
샷인가 생각해보라.

금년도 미국 시니어 오픈 마지막날 18번홀(4백50야드)에서 갤러리들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잭 니클로스에게 멋진 드라이버 티샷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잭은 그곳에서 드라이버를 잡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왼쪽은 워터헤저드이고 오른쪽은 급경사 러프지역인 뚝이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는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 볼을 떨어뜨리는 일이야말로
세컨샷에서 어떤 클럽을 잡느냐는 문제보다 훨씬 중요한 포인트로 잭은
아이언티샷을 하며 우승했다.

이런 까닭에 샷은 아무렇게나 멀리 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얼마나
보낼 것인가를 생각하고 이루어져야 한다.

K군이나 H군이 키도 작고 힘도 약하며 경력도 부족한 필자에게 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할것이다. 그들은 무조건 홀컵을 햐아해 볼을
멀리 날리는 샷을 한다.

골프장의 모양이나 조건을 체크한뒤 볼을 어디로 어떻게 보내서 홀아웃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부족한 것이다. 골프는 멋진 샷 하나로 훌륭한
스코어를 기록할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현재의 샷은 미래의 샷을
결정한다. 아웃샷을 생각하는 것이 "전략의 기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