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의 많은 성과는 좋은 약품의 개발로 이루어졌다. 그 약품들은
사람들에게 상용되기 이전에 동물실험을 거치는게 일반적이다. 쥐 새앙쥐
개 원숭이등에 개발약품을 투여하여 부작용 여부를 실험하게 된다.

그렇게 하더라도 약품의 안전성을 완전히 믿을수는 없다. 약품은 동물
에게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효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
이다. 그래서 그 다음 단계로 건강한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이
행해진다. 엄격한 통제항에서 약품의 미세한 분량이 투된다. 그것이 부작용
이 없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자원자실험집단을 확장한다.

미국에서는 약품의 실험결과를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기에 앞서 보통
5,000~15,000명 사이의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이 행해 진다. 그 실험
결과보고서가 FDA에 의해 승인되면 그 약효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환자들
에게 임상실험을 하게 된다. 그것이 시판된 뒤에도 실험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이다.

인간의 병을 고치고 건강을 유지시키는 약품개발은 이처럼 신중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 보면전쟁무기개발과정에서 인간의
잔학성이 여지없이 드러난 사례가 적지 않다. 동물실험단계를 거치지 않고
인간모르모트를 이용하여 생체실험을 한 끔찍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가장 악랄했던 비인도적 야만행위는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저질러졌다.
만주 하얼빈 부근의 평방이란 곳에있던 731부대가 독가스와 세균무기개발을
위해 생체실험을 했던 일이다. 한국 중국 러시아인등을 끌어다가 마루타
(인체실험용 포로)로 삼아 자행된 것이었다.

또 지난 1954년에는 소련군부가 4만5,000명의 군인과 수많은 민간인들이
있는 우랄산맥 상공에서 이들을 인간모르모트로 하여 원자탄 폭발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얼마전 밝혀져 세계를 경악하게 한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이 지난 40년대 이후 600여명을 대상으로 방사능
인체실험을 본인도 모르게 실시해 그중 상당수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그것도 인권을 중시하는 나라이자 국민이라고
호언장담해오던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역사의 허구를 더욱
절감하게 된다.

인간의 질병치료목적의 인체실험과 인간 대량학살목적의 인체실험-그것은
파스칼의 말처럼 신과 익마와의 사이를 부유하는 인간의 야누스적 얼굴을
또한번 확인하는 것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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