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영 일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

당초 교섭시한을 3년이나 넘기면서 7년에 걸친 지루한 줄다리기끝에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마지막 고비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협상과정
에서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농산물분야의 쟁점들도 대부분 타결의
실마리를 찾게됨에 따라 개방불가방침으로 일관해온 우리의 쌀문제만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된 셈이다.

최근까지 UR협상에서 미타결의 주요쟁점으로 남아있던 다자간무역기구
(MTO)등의 제도분야, 오디오시장등 서비스분야, 섬유관세등 공산품분야
이외에 농업분야의 주요현안문제로는 미.EC간 블레어하우스협정(BHA) 수정
문제, 한국과 일본의 쌀관세화예외주장, 그리고 캐나다 멕시코 스위스등의
특정분야 예외요구등을 들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블레어하우스협정내용 수정문제에
대해 미국이 동의함으로써 미.EC간의 농산물을 둘러싼 이견차이가 거의
해소되어 공식합의를 앞두고 있다. 또 일본의 쌀관세화예외요구도 오랜
기간 미국과의 막후협상을 거쳐 잠정합의에 도달했으며 캐나다 멕시코
스위스등 그동안 "예외없는 관세화"(완전개방)에 대한 예외를 요구해왔던
나라들도 대부분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긴박한 여건변화를 맞이하면서 우리정부도 쌀문제에 대한 종래의
입장을 조심스럽게 수정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농림수산부장관을 책임자로
하는 고위급 협상대표단을 제네바로 파견해 가능한한 최선의 조건을 확보
하기 위한 막바지 교섭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최근 UR타결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쌀시장개방의 우려
에 따른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돼 온통 나라안이 술렁대는 매우 어려운 상황
이 전개되고 있다.

아직은 우리 대표단의 협상노력이 계속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UR농산물협상
이 우리 농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이 쉽지않다. 따라서 여기
에서는 UR협상의 가이드라인으로 되어있는 둔켈초안과 우리만의 현안으로
되어 있는 BOP품목의 처리문제를 중심으로 한국농업이 받을 영향을 총체적
으로 검토해보고 그에 대한 대응방향에 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둔켈안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UR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91년12월 당시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사무총장이던 둔켈이 제시한 것으로 관세율 인하,
농산물의 예외없는 관세화, 서비스분야자유화, MTO설정등을 포함한 협상의
틀을 말한다. 그후 농산물협상에 있어서는 예외없는 관세화(tariffication)
와 최소시장접근(MMA:Minimum Market Access)의 두가지 개념이 가장 중요한
지침으로 되어오고 있다.

예외없는 관세화란 모든 품목에 대해서 관세 이외에 수입물량제한과 같은
비관세장벽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다만 시장개방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기간동안에는 국내외가격차만큼의 관세상당치
(TE:Tariff Equivalent)를 인정하되 그폭을 매년 일정비율씩 낮춰 시장개방
을 점차적으로 확대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이와 병행해서 수입이 미미한 품목에 대해서는 최소규모의 시장개방을
보강하기 위해 최소시장접근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둔켈안에서는 전면적인 관세화로 가기에 앞서 과도적으로 TE를 설정해서
운영하는 이행기간을 6년(개도국경우는 10년), 이기간동안의 TE감축폭을
36%(개도국은 이의 3분의2수준), 최소시장접근폭을 기간중 국내소비량의
3%에서 5%로 확대해간다는 내용이 제시돼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일본간의 쌀시장교섭에선 당초의 둔켈안에는 없지만
UR협정 발효(연내타결의 경우는 95년으로 예상됨)이후 6년간의 관세화유예
기간을 인정하는 대신 95년부터 이행기간동안에 적용되는 최소시장접근폭
을 둔켈안보다 높은 4~8%선으로 하는 내용에 잠정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간의 쌀교섭이 적어도 일본보다는 유리한 조건에서 타결된다고 가정
한다면 95년이후 2000년께까지 국내에 들어올 수입물량은 1백만~1백50만섬
을 넘지 않을 것이다. 이 규모의 물량은 가공용등 일반식용과 구별되는
용도로 별도관리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UR교섭에 있어 지난 89년의 BOP졸업에 따라 그동안 추진해
왔던 농산물시장개방계획의 2단계계획에 포함되어있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마늘 고추 양파 참깨 감귤 우유 밀 유제품등 이른바 BOP 9개품목의
문제를 안고있다. 이들 품목은 오는 97년까지 수입을 양허관세율에 따라
자유화하거나 GATT규정에 일치시키도록 약속한바 있다. 이들 BOP품목의
UR교섭과 관련해서 우리와 EC 미국등 이해당사국들간에 해석상의 차이가
없지않으나 이들 품목의 관세화방식적용을 통한 점진적인 개방은 UR타결에
따른 우리농업의 충격을 완화시킴에 있어 쌀 못지않은 중요성을 지닌다.

이제 교섭의 막바지에 와있는 UR협상이 타결되고 예외없는 관세화원칙이
세계농업에 대해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된다면 우리 농업
은 국제화 개방화라는 시대적 흐름속의 냉엄한 현실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것인가 하는 최대의 시련기에 접어들게 될것이 분명하다.

UR체제하에서 세계농업의 구조적 변화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또 한국
경제의 국제화는 어떠한 모습으로 구체화되어 나갈 것인가에 관한 전망을
토대로 농업.농촌정책에 대한 확고한 방향과 정책수단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농어촌정책의 기본방향은 이제 막 궤도에 오르고 있는
농업구조개선대책을 여건변화에 맞게 수정보완하며 농촌지역에 다양한 산업
을 입지시키고 농촌주민의 취업기회를 다양화시키며 교육 의료 사회보장등
생활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에 중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이를 내실화하기 위한 제반제도개선과 재원확보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