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불어나는 연금지출을 줄이느라 부심하고 있다.

연금은 대부분의 선진국 정부지출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있다. 노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정부예산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만 갈 것이 확실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 분석에 따르면 선진국 정부예산에서 연금
지출이 앞으로 50년내에 의료와 교육비를 합한 것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이들 정부가 연금지출을 줄이기위해 고심하는 이유가 자명해지는 부분이다.

선진국 정부들이 불어나는 연금지출에 대응,연금제도를 본격적으로 개혁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0년대 후반부터이다. 인구의 노령화 위기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일찍온 일본이 이같은 개혁의 선두에 섰다.

일본은 국가연금의 혜택을 줄이고 수혜 해당자의 연령도 높였다. 영국은
개인연금체제가 국가연금체제보다 우월하다는 보수당 정부의 신념아래
국가연금에서 개인연금으로 옮겨가는 근로자들에게는 세제혜택을 부여,개인
연금제도의 발달을 촉진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등 유럽 본토국가들도 연금제도 개혁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인구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을 뿐만아니라 연금혜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아 정부에 그만큼 더 큰 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반해 미국과 캐나다등 북미지역 국가와 호주는 인구의 노령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연금혜택도 적어 개혁의 부담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모두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어떻게든 연금지출을
삭감해야하는 입장은 마찬가지이다.

선진국들이 이미 취했거나 모색하고 있는 연금지출 감소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연금혜택을 줄이는 것이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이 이미 수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연금혜택을 줄임으로써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연금혜택을 줄이는 것은 불어나는 연금지출에 대응하는 가장 손쉽고도
직접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값비싼 정치 경제적 대가가 따른다.

이는 경제적으로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저하시킬 뿐만아니라 자칫 조세저항
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준다. 노후에 연금혜택이 풍족하지
못하다는 불안심리가 납세자들에게 자리잡으면 조세에 대한 거부감이
반동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정치적으로는 선거구민을 의식한 정치인들이 경제논리만을
따라 선뜻 연금혜택을 삭감하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면도 있다. 혜택
감소와 함께 연금수혜자의 연령을 높이는 것도 지출을 줄이는 방안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를통해 정부는 연금수혜자들을 줄임과 동시에 조기은퇴 추세를 뒤바꾸는
일거양득을 얻을 수 있다.

일본은 연금수혜 해당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높였다. 미국은 이를 67세로
높이기로하고 앞으로 30년동안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독일과
이탈리아도 연금수혜 해당연령을 65세로 높이는 방안을 모색중에 있다.

정부의 연금지출을 줄이는 마지막 방법은 국가연금체제에서 개인연금체제
로 옮겨가는 것이다. 연금문제를 아예 민간에 떠맡기는 것이니 만큼 가장
근본적인 개혁인 셈이다.

선진국 가운데 개인연금체제로 완전히 넘어간 나라는 아직 없다. 대부분
국가연금체제와 혼합하는 제도를 취하고 있다. 연금을 민간의 손에 넘기게
되면 정부는 불어나는 노령인구에 맞추어 조세를 인상할 필요가 더이상
없어진다. 또 근로자들이 연금을 위해 저축한 돈이 생산적인 분야에 투자돼
장기적으로 국가경제 발전을 촉진하게 된다.

그런가하면 개인연금체제는 유연성도 뛰어나다. 연금을 받는 시기나 혜택
폭을 모두 개인의 필요에 맞게 맞출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연금체제의 도입
은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연금지출을 줄이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수혜대상자가 은퇴한 근로자들 이므로 정부지출은 이들에게 계속 이루져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의 근로자들은 자신의 연금을 위해 저축을 해야
할 뿐만아니라 은퇴한 사람들의 연금때문에 세금도 내야하는 이중부담을
안게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개인연금체제에만 의존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요인은
국민 복지수준의 저하이다. 개인연금체제만 가지고는 저축을 할수 없는
실직자 가정주부 저소득자등의 노후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때문이다.

선진국정부들이 안고있는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 복지수준 유지와 정부지출 감소라는 상반된 두 갈래길에서 타협점을
찾아야하는 것이다. 더욱이 연금정책은 은퇴연령,저축 및 투자,산업경쟁력
등 거시경제면에도 직간접의 영향을 미친다.

연금지출문제로 선진국 정부의 한숨이 깊어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채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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