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시애틀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후
"국제화"는 우리의 미래가 걸린 키 워드로 떠올랐다.

연이어 쌀개방문제가 태풍처럼 몰아닥쳐 지금 태풍의 눈은 우루과이라운드
(UR)다. UR도 국제화의 세계적 규범을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쌀의 부분
개방이 불가피한 국제적 현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민족반역자라고까지
규탄되는등 거센 항의가 일고 있어 우리의 국제화는 두개의 얼굴을 나타
내고 있다.

자연조건에 따라 경우는 다르겠지만 공업이 발전한 나라일수록 농업도
발전한 곳이 많다. 미국이 그렇고 독일등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그렇다.
미국의 경우 영국식민지때는 한사람의 농부가 겨우 인구4명의 식량을
생산했지만 지금은 45명을 부양할 곡물을 산출한다. 공업과 농업이 병진
하여 발전한 것이다.

한편 농업을 경쟁시장에 내놓지 않고 보호정책을 써온 나라일수록 상대적
으로 농업이 낙후되었다. 일본이 그렇고 프랑스도 그런 축에 끼인다. 농업
을 가보처럼 온실속에 가둬놓고 볼것이 아니라 치열한 시장경쟁의 바람을
쐬게 해야 강한 체질로 성장할수 있다는 말이다. 공업처럼 엄연한 산업의
한 분야로 농업을 처우해야만 농공병진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 농업은 92년현재 GNP비중이 6.3%인데 전체인구의 13.1%인 농가인구
5백70만이 이에 매달려 있으며 가계지출중 4%(일본은 2%)에 불과한 쌀에
농업소득의 43.8%를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 취약점이 문제이다. 이는 UR가
아니더라도 한국농업이 안고있는 치명적 결함이며 오히려 UR대책으로서
이를 타개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것이다. 우리의 정서만을 내세워 국제적
현실을 무시하거나 전환기적 충격을 겁내 시장구조 조정노력을 게을리하면
미래는 더욱 암담해질 뿐이다.

UR는 쌀문제만이 아니다. 쌀개방문제는 지엽적 문제에 불과하다. 한국과
일본등에 쌀문제는 중요하고 그것이 마지막 현안중의 하나인 것은 사실이지
만 UR는 모든 산업을 망라한 통상협상이다. 그러므로 UR대책은 쌀문제뿐
아니라 GNP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공업 서비스업등에도 조명을 서둘러야한다.
국가경쟁력의 합계로써 대응책을 세워야하는 것이다.

공산품수출을 위해 농업을 희생할수는 없다든가,쌀개방을 막기 위해 여타
부문을 대폭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들은 가당치 않다. 공업이 침체하면 농업
이 육성될리도 없고 농업이 무너지면 공업이나 국민생활기반이 온전할리도
없다.

농업과 공업을 대치적 개념으로 파악해서는 안되며 보완적 병진전략을
세우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

우선 정부나 정치지도자들이 국가경쟁력을 모두 합친 합계가 큰쪽이 어느
쪽인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제적 현실을 무시하는 것은 양식도 아니며
애국도 아니다. 그것이 우리의 살길은 더더욱 아니며 오히려 국가이익에
대한 직무유기일 뿐이다. 총선 대선때의 공약에 걸려 체면유지나 하자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기성 발언이나 한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
꼬이게 할 따름이다. 더구나 힘없는 사람이나 앞세워 총대를 메게 하는 것
은 용기있는 지도층의 모습일수 없다.

이제 UR시한은 열흘밖에 남지않았다. 국논이 계속 지리멸렬하여 현실적
국가이익을 최대한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정부나
여야가릴것 없이 힘있는 사람들이 앞에 나서야 한다. 실현불가능한 명분
에만 매달리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표류시키는 자충수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국제화가 국가적 과제가 되고있는 이때에 우리는 바로 국제화의 광장인
UR협상에서 허둥대고 있다. 세계경제전쟁은 결국 계산의 문제인데 이를
감정적 투쟁의 문제로 대치하여 국가이익의 합계조차 계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야말로 우리의 경제적 진로를 아스팔트위의 구호가 아니라 냉철한
계산으로 대응해야할 시점이다. 그리고 개방된 세계로 주저없이 나갈수
있게 내부체제를 가다듬어야 한다.

고금리 고임금 고지가 고규제등을 경쟁국수준에 맞추는 것도 국제화의
전제조건이다. 이런 것들이 UR타결때의 국가경쟁력의 계산서를 좌우할
요인들이다. 개방된 시장은 동일한 경쟁조건을 갖추지 못한 나라들에는
패배의 가능성을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UR앞에서 허둥대지만 말고 이런
일들을 차분히 준비하면 국제화는 우리에게 희망찬 기회가 될것이다.

공업을 일으킨 국가는 농업도 진흥시킬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문을 열면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된다는 패배의식자체가 위기요인이다. 이를
타개할수 있는 것이 철저한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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