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에 돌 한개가 떨어져도 그 사실자체보다도 파문이 더 넓게 퍼지고
오래간다.

재계랭킹 9위인 한화그룹 김승연회장이 외환관리법 위반혐의로 30일 전격
구속된데서도 우리는 그같은 충격과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10대그룹 총수가 구속된 것은 근래에는 처음 있는 일이며 시기적으로도
사정과 개혁이 사회적 물결을 이루고 있는 때이니만큼 이것이 기업계에
미칠 충격파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김회장은 거액의 외화를 유출하여 미국내 호화별장 구입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여기에다 한화그룹이 변칙실명전환한 83억원의 비자금
중 일부를 횡령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우리는 검찰이 김회장을 구속하기에까지 이른 사법적 판단에 대해 왈가
왈부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이번 구속사건이 개별적 사건이상으로 파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
이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1일 "김회장구속은 순전히 실정법위반에
대한 사법처리이며 경제계에 대한 사정으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밝힌
것은 평가할만 하다. 앞으로 사건처리과정이나 정부의 정책전개에서도 불
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이번 일은 공교롭게도 정부와 재계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성숙된 분위기속에 일어났다는 것이 불행이다. 재계로서는 정부의
정경화합의도를 의심하여 기업의욕이 주춤할 소지가 있으며 이것이 조성
되고 있던 정부와 경제계의 협조무드를 다시 냉각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구나 이번 일로 사정의 불투명성에 대한 그동안의 경계심리가 고개를
다시 들게 된다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기업의욕은 다시금 움츠러들게
분명하다.

지금 우리경제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개발연대와 같은 왕성한 기업의욕을
되찾는 일이다. 요즘 국제화가 한국경제의 주제가 되었지만 이미 가장
국제화된 조직인 기업들이 소침해 있으면 우리의 목표를 실현할 엔진을
잃게 된다. 거기에다 이번 일로 국민들간에 반기업무드까지 고취하되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시중에선 김회장구속을 정치와 연관시키는 여론도 없지 않다. 그럴수록
정부는 이번 사건이 일반 경제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검찰도 사건을 해당사건 이상으로 확산하지 않는 엄격한
지침을 세워야 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