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 이경태 KIET선임연구위원. 국제경제>

한국은 제2차세계대전이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산업구조가 변화한
국가이다. 1970~88년 기간중에 부가가치 기준으로 볼 국내총생산 (GDP)에
대한 제조업 비중은 20.2%에서 34.3%로, 제조업종의 중화학공업비중은 45.
5%에서 65.0%로 증가했다.

중화학공업내에서도 기술집약산업에 속하는 전자 기계 자동차 조선 등
가공.조립산업의 비중이 13.5%에서 35.9%로 급증하였다. 이처럼 빠른
구조 고도화의 속도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회원국은 물론 싱가포르 등
신흥공업국과 말레이시아등의 아세안 국가를 증가하는 것이다.

필자가 최근 수행한 국가간 산업구조의 비교연구에 의하면 나라마다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제조업비중만하더라도 호주 덴마크 이탈리아
는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구서독과 일본은 30%를 넘어서고 있기때문에
제조업이 반드시 선진국이 되기위한 필수조건은 아닌것처럼 보일수도있다.
그러나 제조업비중이 낮은 국가들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 특정
산업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실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에 호주와 덴마크처럼 자원가공산업, 농업,
목축업에서 경쟁력을 갖는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이탈리아의 베네통과 같은 세계 초일류의 섬유기업 또는 발리에
필적할 만한 유수한 신발상표를 갖게되는 것은 여간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오히려 강력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하여 지속적으로 성장과 무역
흑자를 실현시켜 온 일본 또는 구서독의 경험이 더욱 값지고 유익한 교훈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제조업은 그 구조에 있어서 후진적인 낙후성과 선진적인 첨단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후진성은 자본재를 공급하는 기계산업의 비중이 낮다
는 점과 노동집약적인 섬유 신발산업의 비중이 아직도 높다는 점이다.
기계산업의 거의 대부분의 선진공업국가에서 상위 5대산업에 포함되어
수출의 주역을 맡고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대의 무역역조산업이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비중은 구서독 일본 미국과
같은 경제대국의 절반에 불과할 뿐만아니라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웨덴
과 같은 소규모 산업국가에 비하여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에 있는 것이다.

우리 제조업구조가 갖는 선진성은 조선 전자 자동차와 같은 자본및 기술
집약적인 산업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자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과 구서독에 필적할 뿐 아니라 미국및 많은 EC회원국
보다 높다.

일본의 대기업과 한국의 재벌기업들은 가전과 반도체 등 시장규모가 큰
분야에서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채택하여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한국은 세셰 7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지만 캐나다 스페인의 경우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모델 보유기준으로 보면 5위에 해당될
정도의 생산대국이다. 80년대 종반이후 우리경제가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은 제조업의 부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3저시대에 일시적으로 제조업주도의 고성장이 재현되었으나 이후 제조업
이 위축되면서 저성장과 무역수지악화가 공존하는 무 기력한 경제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확장형 구고조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구조가 어떻게 바뀌어
야 할 것인가. 그 해답은 시장 메카니즘에서 나온다.

최근 수출동향을 보면 경공업은 부진하고 중화학공업은 활발하며, 중화학
공업중에서도 절강 석유화학등의 소재산업보다는 전자 기계 자동차 조선등
의 가공.조립산업이 더욱 양호하다. 일부 기업들이 첨단반도체 항공 정밀
기계 신소재 정밀화학 생명공학등 미래 유망산업분야에서 설비투자와 연구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단순노동집약산업에서 탈피하고, 단순자본집약산업
에서는 성숙한 단계에 위치하며,기술노동집약산업이 주력산업으로서 생산과
연구개발(R&D)관련산업은 생성단계에 들어가는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이다.

이제 산업내 구조조정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제품설계기술과
핵심부품의 개발을 통하여 창의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고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대신 자사상표를 부착하여 비싼 값을 받아야 한다. 또 국제적인
판매망을 확장하고 전자기술과 자동화기술을 수용 접목시키며, 축적된
경영자산을 활용하여 관련성있는 신규사업분야에 진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산업구조도 지금까지의 다각화에서 선회하여
전문화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국제비교를 하여보면 경제개발의 초기단계
에서는 구조다각화가 성장의 원동력이 되지만 그 이후에는 전문화하지않고
는 제조업을 확장하고 고도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