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컴퓨터산업의 산실인 실리콘밸리. 이곳은 언제나 거부를 꿈꾸는
풍운아들로 북적인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노벨사의
레이노다등은 실리콘밸리가 낳은 대표적인 떼부자들이다.

실리콘밸리에 모인 야심가들은 서로의 자존심 경쟁도 치열하다. 누가
더 멋진 자동차를 굴리느냐 또는 누구의 집이 더 웅대하냐등이 이들의
성공정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실리콘밸리의 고급 주택가인 엘 카미노. 그 한복판에 널따란 정원과
멋진 연못을 가진 일본식 저택이 한채 있다. 집주인은 로렌스 엘리슨(49).
오라클 시스템사 사장이다. 우리에게 다소 낯선이름인 엘리슨사장이 요즘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스타로 부상하고있다. 그의 명성은 이제 빌 게이츠와
견줄만 하다. 엘리슨사장의 집이 그의 명성을 대변한다.

엘리슨사장은 실리콘밸리의 유명인사들과 다른점이 많다. 다른 거부들이
핸섬한 영국신사의 풍모를 보이고있는데 비해 엘리슨사장은 지극히
일본적이다. 그는 집안에서 일본식옷을 입고 일본식 신발(게다)만을
신는다. 사무실에서는 커피대신 일본 차를 마신다. 사무실 진열장에는
일본사무라이의 칼, 갑옷이 전시되어있다.

엘리슨사장의 경영기법에서도 일본식 기법이 엿보인다. 관료주의적인
면이 다분하다. 그는 일본기업에서 파격적인 가격인하, 엄격한
품질관리, 철저한 대고객 약속 이행등을 배웠다고 말하고있다.

지난 80년대 오라클사는 매년 약1백%의 순익증가율을 기록했다. 오라클은
현재 미국내 데이터 베이스(정보축적)관련 소프트웨어분야에서 3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26%를 기록한 IBM을 따돌리고 이분야 최고위치 자리를
지키고있다. 오라클은 특히 기업의 데이터 베이스 관련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로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작년 오라클사의 매출액은 16억달러. 매출액중 대부분은 기업 데이터
베이스 소프트웨어에서 거두어들였다.

엘리슨사장이 실리콘밸리에서 "무서운 아이"로 통하는 것은 그의
과거실적때문만은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경쟁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앞으로 그가 추진하려는 멀티미디어 정보축적시스템 개발계획이다.

엘리슨사장은 이 계획을 "알렉산드리아 프로젝트"로 이름 지었다. 이는
고대그리스가 당대의 모든 서적을 모아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기록에서
힌트를 얻어 명명됐다.

알렉산드리아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인간이 생각하고 기억하는 모든 것을
컴퓨터화 저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모든 문화를 숫자화(디지털화)해 컴퓨터에 저장하고 이를 언제 어디서든지
이용할수있게 하자는게 엘리슨사장이 그리는 세계이다. PC한대만 있으면
30년대 영화도 볼수있고 비틀스의 실황중계도 볼수있다.

알렉산드리아 프로젝트에는 "바자회"도 포함된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한국의 고려청자, 대만의 실크바지등도 단말기 하나로 주문
판매할수있다. 바자회는 금융분야에도 확대된다. 미국 오하이오주
시골에서도 PC를 이용, 독일금융시장에서 영농자금을 쉽게 꾸어올수있다.

엘리슨사장의 구상이 허황된 것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그러나 AT&T
IBM 실리콘 그래픽등 오라클사보다 수십배 큰 규모의 기업들도 나름대로
멀티미디어 정보축적시스템을 개발하고있다.

빌 게이츠는 차세대 컴퓨터산업의 성패가 멀티미디어 정보축적분야에서
갈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도했다. 엘리슨이 꿈꾸는 세계가 전혀 허구만은
아닌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분야 개발에 있어 오라클사가 다른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섰다는 것이다. 오라클사는 최근 멀티미디어 정보축적시스템을
운영할수있는 하드웨어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발표, 경쟁사들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하드웨어는 오라클의 자회사인 엔큐브사가 개발했다. 엔큐브는
멀티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병렬처리 프로세서를 응용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소프트웨어는 오라클의 대표적인 데이터 베이스 관리프로그램을
병렬식 프로세서에 응용할수 있도록 변경함으로써 가능했다.
엘리슨사장은 이 두 요소를 결합하면 데이터베이스의 영역을 비디오
오디오등으로 확대할수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기술개발에 지난5년간
약6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컴퓨터업계의 판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이 경쟁에서의 승리는 항상
신기술을 먼저 개발하는 사람에게 돌아갔다. 엘리슨사장은 차세대
컴퓨터산업의 핵심기술로 떠오르고있는 멀티미디어사업에서 선두를
달리고있다. 엘리슨사장이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대명사가 빌 게이츠에서 로렌스 엘리슨으로 바뀔날도 멀지
않은듯 싶다.

<한우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