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금융분야 쪽에는 현재로선 큰 문제는 없다고
할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공동체(EC)등이 우리의 시장개방 스케줄에 대해
불만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이는 주로 쌍무적인 관심사여서 다자간 협상인
UR에서까지 마찰거리로 불거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개방및 UR협상에 나름대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국내산업보호"를 이유로 금융개방에 소극적일 경우 국제적 고립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데다 농산물 분야의 협상에서 입지가 약해 공산품과 서비스
분야에선 무리하게 고집을 내세우기가 어려운 상황인 탓이다. 또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과 선진화를 위해선 다소간의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어차피
금융 쪽의 국제화를 더이상 미루는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부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미국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UR 금융분야 시장개방
계획을 확정하면서 종래에 없던 일부 내용을 추가하는 적극성을 보인 것도
그래서다. 개방폭을 눈에 띄게 확대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협상안에 명문화
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족쇠"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체적인
계획을 국제적인 약속으로 못을 박아놓았다는 점이다.

최근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에 제출한 최종안을 보면 시장접근과 외국인
에 대한 내국민 대우 관련 계획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현존 규제조항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standstill)하는 기준 시한을 6월말에서 12월말로
연장해 올 연말까지 새로 시행하는 규제완화조치를 다른 나라에도 차별없이
적용하겠다는 성의도 보였다.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을 들어온 각종 개방
계획의 문구를 구체적으로 고치기도 했다.

이에대해 미국이나 EC등 주요협상국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셰이퍼 미국 재무차관보도 "매우 건설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부문 UR협상에는 커다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느긋해 할만도 하다.

하지만 다자간 협상에서의 입지가 다소 수월해 졌다고 해서 낙관만은 할수
없는게 현실이다. UR협상을 바로 이들 미국과 EC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양자적 관심사항이 곧장 다자간 협상에서의 요구로 이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에 진출한 금융기관의 원화조달이 수월해 지도록
스와프(SWAP)및 CD한도 등을 확대하고 현지법인 자본금으로 돼있는 한도
기준을 미국내 본점자본금으로 변경하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미재무부가 지난23일 미의회에 제출한 "93년 환율정책 보고서"가 평소
미국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금융시장개방이 미흡하다는 지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블루프린트는 구체성이 결여돼있고 이행기간이 길어 실효성이 없으며
광범위한 외환.자본통제로 시장에서 자유로운 환율결정 등이 제한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더욱 과감한 조치를 취해 시장접근 제한을
완화해야 하며 미국은 UR협상과 한미금융정책회의(FPT)등을 통해 이같은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미국과의 FPT가 UR협상 타결 예정시한 직전인 오는 12월초로
잡혀있다. 미국측이 하필이면 협상타결을 코앞에 둔 시점으로 양자적
회의를 갖자고 했는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막바지 밀어붙이기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협상시한이 임박한 지금까지도 금융서비스 공정무역법안을 만들 예정
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든지,최혜국대우 원칙을 무작정 준수할 수만은
없지않느냐는 얘기를 흘리는 것도 막바지 공세와 무관치 않다고 볼수 밖에
없다.

EC측의 자세도 그리 헐겁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EC는 우리나라에 대해
원화조달 확대 뿐만아니라 애매한 "경제적 필요성 심사" 폐지대상을 사무소
이외에 지점으로 까지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업활동을 할수 없는
사무소에 대해서만 경제적 필요성 심사를 폐지하는 것은 시장접근 허용이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바로 이같은 자세가 다자간 협상에서 어떻게 표출될 것인가가 변수다.
양자적인 관심사여서 공연히 신경 쓸것 없다고 뒷짐을 지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매우 건설적"이라는 그들이 "더욱 건설적일 것"을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은 없는지,그들의 속셈은 무엇인지를 면밀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홍찬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