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시간에 쫓기면서 콜린 클라크의 법칙대로 제조업의 비중을 5개년
간 13%에서 18%로 늘리고 농업의 비중은 35%에서 33%로 떨어뜨리고 보니
제3차산업의 비중은 45%에서 39%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매크로경제발전계획을 작성시행하고 있다는 인도 파키스탄
등의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라고 이 계획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할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직원들이 바쁘게 계산기를 돌려대고 있을때 일손을 잠시 멈추고 창밖을
내다보니 길건너 정금사 금은방 가게는 촛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기가 절대부족이었던 당시 한국은행은 비상전기공급을 받고 있었
으나 길건너 가게들은 그렇지 못해 촛불을 켜놓고 영업을 해야 했다. 경제
개발계획을 어떻게 짜야할지 고심하던 참이기 때문에 그날따라 촛불을 켜
놓고 영업을 하는 가게모습이 더욱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졌다. 밤이 더욱
화려한 워싱턴시내 상점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기 때문에 미국식 이론을
그대로 대입하는데 더욱 저항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나는 저축이니, 투자니 하는 경제이론에 앞서 전기생산부터 늘려 국민
에게 촛불이나 호롱불신세를 면하게 해주고, 주3일 가동하는 공장을 주야
7일 가동할수 있게 해주는 것이 우선 정부가 해야할 경제발전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공부에 발전소 건설자료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직원을
보냈다.

전기를 풍부하게 공급해야 TV 냉장고 기타 공산품들을 생산할 수 있는데
전기없이 생산공장을 건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1960년 당시엔 3천
3백만명의 인구가 19만kwh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을뿐이었다. 19만kwh 전력
은 지금 포항제철 한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력량 수준이다.

케인즈는 세이의 법칙, 즉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 크게 잘못
된 이론이라고 공격하며 수요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한국의 그당시 전력
부족이 과연 수요부족 때문인가, 공급부족 때문인가. 그 답은 너무나 명백
했다. 미국에서 공부한 후진국경제학도가 공급을 무시하는 수요위주경제학
을 배워갔으니 후진국 경제가 잘 될리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상공부에 갔더니 20만kwh의 화력발전소건설에는 2천만달러가 소요되고
공기도 2년이면 된다는 것이다. 상공부가 발전소건설을 하려고 자료는
갖고 있었으나 외자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밖에 비료공장 시멘트공장 건설계획도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즉시 최고회의 재정분과위원회 전문위원을 찾아가 공장건설계획을
작성하기 위한 기간연장을 부탁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명령이라 그런 공문
을 보내게 되어 미안하던 참이라며 얼마나 연기하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1주일만 연기해주면 밤잠 안자고 만들어 가져 오겠다고 했더니
그 다음날 다시 공문을 보내주었다.

최고회의에서도 내가 부탁한대로 계획작성기간을 연기해 주었으니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용솟음쳤다. 그래서 팔을 걷어 붙이고 상공부의 계획을
토대로 공장건설 계획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공산품을 생산하려면 기초원료가 국산화돼야 하고 집과 빌딩을 짓기
위해서는 시멘트가 풍부해야 하며 부족한 식량을 증산하기 위해서는 비료
공장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섬유 직물생산증가와 TV 냉장고
식기 기타 모든 제품생산에는 플라스틱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석유화학
원료생산공장을 지어야 하며 모든 건설과 공산품생산에 필요한 철을 생산
하기 위해 제철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은 매크로 국민소득 증진계획과 마이
크로 공장건설계획을 각각 만들어 2주일만에 최고회의에 제출했다.
마이크로 계획에는 전기 시멘트 비료 석유화학 50만톤규모의 제철소건설
계획과 내구소비재 비내구소비재 생산공장리스트가 들어 있었다.

세계에서 마이크로 공장건설계획을 담은 경제발전계획은 한국의 제1차
5개년계획뿐인 것으로 알고 있고 한국에서도 제2차계획부터 이런 계획은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