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여 우여곡절을 겪어 온 우루과이라운드(UR)가 이제야 말로 막바지에
들어선 느낌을 주고있다.

과거 케네디 라운드(64~67)또는 동경라운드(75~79)가 그러했듯이 다자간
협상이란 파국의 위기를 몇번 거친 후에야 타결되는 속성을 갖는것 같다.
그러나 UR는 종전과는 또 달리 미의회의 신속처리권연장과 같은 유별난
시련까지 경험하였다. 서비스나 농산물 시장개방과 같이 단순한
상품무역이외에 각국이 민감하게 집착하는 부문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UR가 이번만은 매듭지어지지 않을수 없다고 보는 견해의 배경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로 종합된다.

하나는 세계경제적 "위기"라고 까지 불리는 선진제국내 경제침체의 연장을
수출증대를 통하여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더구나 "일본문제"
로 종합되는 무역분쟁은 이제 경제전쟁으로 발전하기직전단계에 와있다.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과정에서 클린턴대통령도 지적하였거니와 UR가
국제거래의 대폭적인 자유화를 통하여 해답을 주지 못한다면 관세무역일반
협정(GATT)체제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그 결과 보호 보복주의의
악순환으로 휘말려들 우려가 있다.

다음 EC의 92년계획및 마스트리트조약의 발효,그리고 예정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발효등 지역주의의 확대로 인하여 그 부정적
파급을 막을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제적장치가 바로 UR와 같이
무차별원칙에 입각한 다변협상이다. 나아가 최근 APEC회의 결과 미국의
협상력이 한층 강화되었다는 사실은 UR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국제경제가
유럽과 아.태지역간 양대구도에 의한 분열로 치달을 위협을 보여주고 있다.

그밖에도 미국의회가 과연 또다시 신속처리권을 연장해줄 것인가에 대한
회의를 비롯하여 오는 12월로 예정된 최종시한이 이번만은 지켜지지 않을수
없다는 시각이 대다수이다. 설사 모든 협상대상부문이 타결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대부분 종결되고 극히 예외품목만이 94년초로 이월된다는 견해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따라 미.EC간 농산물 보조금감축과 같이 첨예하게 이해가 상반되는
안건들을 매듭짓기 위한 주요 무역국들간 협상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 역시 예정된 시한에 맞추어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수정양허안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길게는 UR가 시작된 6년, 짧게는 1차협상완결목표
시한인 90년 12월이후부터라도 예상되는 시장개방에 충분히 대비하여
왔느냐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확실한 정책기조의
수립과 함께 그렇게 강조되어온 산업구조조정의 테두리내에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미흡했다고 생각된다. 최근 또다시 물의를 빚고 있는
농산물 정책이 그 대표적인 예이거니와 여러갈래의 "카드"를 은밀히 준비해
온 일들의 경우와는 대조를 이룬다는 느낌이 든다.

하기야 UR가 종결되더라도 한국은 불리한 협정의 조인을 유보할수 있는
신축성을 GATT는 갖고 있다. 그러나 GATT에 의한 자유무역체제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려왔다는 국제적 여론속에서,또 거센 시장개방압력앞에서
버티는데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APEC회의에서 UR의 상공적타결에 앞장을
선 한국이 후퇴하기란 용이하지 않다.

물론 UR의 종결과 함께 체결될 협정의 내용 전부가 일시에 실현되어야
하는것은 아니며 단계별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아직도 대내적으로 조정의
기회는 있다. 그러나 반복해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여유는 결코 없다.
무엇보다도 UR의 타결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파급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할 뿐만아니라 나아가 그 결과를 활용하려는 자세의 확립이
요청된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한국경제의 발전방향이 분명히 제시되어야 하며
여기에 맞추어 부문별로 특화의 촉진을 뒷받침할수 있는 대안의 수립이
필요하다. UR의 결과가 단순히 시장개방의 압력만을 반영해서는 안되며
보다 적극적으로는 이러한 청사진에 따라 국내경제의 요청을 반영하며
자극제적인 역할을 할수있도록 유도하는 슬기도 가져야 한다. 한마디로
대외경제전략이란 독립적일수 없고 어떤 의미에서는 대내경제적 요청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대내개방이 대외개방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규제완화 자율화는 "신경제"의 철학이며 시장개방에 앞서 국내 경제
각부문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제고시킬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길이기도
하다. 단지 이 기회에 대내외적 경기의 흐름을 고려하여 정부의 역할이
확고하게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경쟁질서와
산업정책에 있어 한국경제 특유의 여건에 바탕을 둔 질서의 "틀"이
재설정되지 않으면 안되고 따라서 정부의 의지는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끝으로 UR의 타결전망에 따라 국제적 상호의존은 더욱 심화되고 국내
국외시장간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변화에 적절히
적응하는 자만이 내일을 기약할수 있다고 한다면 의식구조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 그 어느때 보다도 요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