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기웅특파원] 한국과 미국은 밀월관계인가. 23일오전(한국시간
24일새벽)백악관에서 열린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간의 회담분위기는
이런 느낌을 갖게하기에 충분했다. 지난5개월사이에 세번째 대면하는 두
정상이 그렇게 친근해 보일수 없었다. 예민한 몇몇 사안들에 대해서는
의기투합 빠르게 결론을 도출하는 연대감도 과시했다.

이번회담에서의 가장 성과는 무엇보다도 북한핵 대응방안에 관해 우리측
입장을 전적으로 존중키로 한점일게다 북한핵문제에 아울러 미.북대화
재개는 한국이 내건 <>IAEA사찰 즉각 수락 <>남북실무접촉을 통한
특사교환 실현등 두가지 전제조건이 충족 될경우에만 이루어 질것임을
확실히 밝혀, 우리의 입지를 강화해 주었다.

미국은 또 확고한 대한방위공약을 재천명했다. 핵문제가 해결될때까지는
주한미군의 추가감축이 없을것임을 확약한점도 최근 우려되고 있는 북한의
군사도발위협을 감안할때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여 진다.

특히 경제분야에서는 민간기업간 대화협력창구가 될 "한미 21세기
위원회"(가칭)를 정부차원에서 적극 지원키로 한 대목이 관심을
끈다. 이는 이미 지난7월 서울한미정상회담에서 출범시킨 "경제협력
대화기구"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판단아래 제기된 내용이다.
정부차원에 이어 민간차원의 경제대화창구마련에 두나라정상이 뜻을
모았다는 것은 경협확대의 필요성에 상호공감하고 있음을 읽게하는
것이다.

과거의 경우 늘상 쟁점으로 제기된 무역불균형 문제가 이번회담에서는
거의 언급이 없었다는점도 주목할만한다. 이는 한미간 무역수지가 이미
균형관계에 접어든 탓도 있으나 여기에 덧붙여 문민정부의 개방화 국제화
노력에 미측이 충분히 이해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수있다.

우리로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있는 APEC의 "공동체"발전방안에 양국정상은
깊이 공감했다. 경제공동체에 이어 안보공동체의 가능성에 관해서도 어떤
논의가 있을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현가능성의 여부를 떠나 두정상이 역내 국가중 가장 긴밀한 협의상대가
되고있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그동안 여러채널을 통해 줄기차게 요구해온 한국의 서비스및
금융시장개방 요구는 확대정상회의에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대해 박재윤청와대경제수석은 "요구라기 보다는 의견개진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박수석은 "정상회담전 스페로미국무부
차관 세이퍼미재무부차관보, 커터백악관 경제담보좌관등과 만나 이들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며 "그러나 미측은 한국의 국제화.개방화
전략에 대해 더많은 관심을 보였을뿐 일체의 공격적 요구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우루과이라운드(UR)와 관련해서는 "연내타결에 적극 협력한다"는
정도의 언급이 오고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내재된 불씨가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

APEC지도자회의에서 앞으로 "회원국 재무장관회의"를 열기로 한 배경에는
금융시장개방 확대를 노리는 미측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UR연내타결목표를 이루자면 쌀시장개방문제는 결국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될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몇가지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다해도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간에 있었던 역대 어떤 정상회담보다 우호적인 분위기였음이 분명하다.
김영삼 클린턴 두정상의 개인적 친분도 역대어느 한미정상들과의 관계보다
돈독하다는 점 역시 틀린말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김대통령의 문민정부에 또하나 숙제가 던져진다. 정상이 나서서
이룬 성과를 행정부가 어떻게 뒷받침 해낼 것이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