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일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갖가지 인연으로 친분을 맺고 만나고
하겠지만 그 중에서 함께 공부한 정처럼 두터운 것도 별로 없으리라.

그것도 학창시절이 아니라 장년이 되어,각기 사회생활에 얽매이면서도
공부를 함께한 정은 색다른 맛이 있지 않을까.

필자는 법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기업경영에 대해서는 잘 알지를 못한다.

그래서 의정활동에 참고가 될까하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에 설치된
최고경영자 과정(AMP)을 다녔다.

필자가 다닌 35기에는 66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유수한 기업체
에서 중책을 맡은 전문인들로 사회적 경륜이 있는 분들이었다. 그런데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들이 어찌나 발표도 잘하고 의욕적이던지 젊은
필자가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간혹 바쁜 일로 결석을 하게되면 혹시 출석일수가 모자라서 졸업을
못할까봐 걱정들을 해 주는 것이었다. 또한 꼭 친형님들 처럼 자상했다.
또한 최종태 주임교수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서 곧잘 우리를 웃기곤 했다.

커리큘럼에 "비즈니스 게임"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것은 학생들이 몇개의
조로 나뉘어 모의 주식회사를 만들고 각사가 동종의 사업을 경쟁적으로
하는 게임이었다.

필자는 제6주식회사에 편입되었다. 우리는 주식회사 "하이테크"라는
고상한 이름을 지어 붙였는데,이것은 제일모직 채오병 사장의 아이디어
였다.

채사장은 기업경영의 경험이 풍부한데다 성품이 워낙 원만하여 우리
하이테크의 대표리사로 선임되었다. 강말길 LG유통 부사장은 마케팅을
맡고,기아자동차의 신동영 전무가 연구개발을,한정삼 태양금속 전무는
생산파트를 맡았는데 이 세분은 모의 주식회사에서도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또 박화래 로얄어페럴 사장,박준환 외환은행 상무,엄복섭 신성건흥 사장,
박창순 강신산업 사장등이 서울대 AMP35기들이다.

특히 총무를 맡은 박창순사장은 재학중 매일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열성을
보여 칭송을 받았다. 이밖에도 이인정 태인사장은 유명한 등산가이고,
안병호 전수방사 사령관은 재학중 지방 발령으로 졸업을 함께 하지 못했다.

우리는 졸업한 뒤에도 두달에 한번씩 만나 우의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