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특별취재반]김영삼대통령의 신정상외교가 시애틀에서 발진됐다.
김대통령은 방미사흘째인 20일새벽(한국시간)강택민 중국국가주석을 비롯
키팅 호주총리, 크레티앙 캐나다총리등과 잇따라 개별정상회담을 갖고
호혜와 평등에 바탕을 둔 정상외교를 벌였다.

특히 한중정상회담은 두나라간 정치 경제적 상관관계가 급증하고있는
시점임을 감안할때 그 의미가 각별하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국제적 핫이슈가 되어있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혔다. 강택민주석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반대입장을 간접적으로
재확인했다. 북한에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이런
입장표명은 급박하게 돌아가고있는 북한핵문제 해결에 어떤형태로든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과 강택민주석은 각각 지난2월과 3월 집권한이래 첫 대면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개혁을 지향하는 두정상의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
계기도 돼 향후 양국관계발전에 적지않은 도움을 줄것으로 기대된다.

경제분야의 경우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얻는 실리도 정치부문에 못지않다.
오히려 더 실질적인 공감대를 얻어낸 것으로 양국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우리와 중국간 경제협력의 잠재력이 그만큼 크고 절실함을 양국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난해 중국에 모두 45억달러어치를 수출했으며 8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올렸다. 올들어 9월까지는 이미 37억달러수출에 9억달러
흑자를 보이고있다.

이제 우리의 3대교역국이자 주요 흑자대상국으로 떠오른것이다.

중국측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제4위의 자국내투자국이다. 가장 이상적인
기술협력의 파트너이면서 경제개발의 모델국이기도하다. 이렇듯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임을 감안할때 양국정상이 만나 경협문제를
논의한 자체만으로도 그 파급효과가 적지않다는 평가다. 따라서 그동안
협정체결이 안돼 양국 경협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협정등을 맺기위한 협상도 다시 활기를 띨것으로 기대된다.

이번회담에서는 일부 산업의 협력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항공기산업을 비롯 자동차 TDX(전전자교환기)분야의 협력필요성이 강조돼
앞으로 양국관련기업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항공기산업의 경우 중국이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비해 우리는 생산기술에서 우위에있어 한중간의
협력이 기대되는 분야다.

자동차부문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등이 대중국진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있다. 또 TDX는 중국이 우리의 경제개발협력기구(EDCF)
자금지원(3억달러)을 요청하는 사업인만큼 실질적인 협력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함께 한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사회간접자본(SOC)건설사업등 중국이
추진하는 경제개발계획(현재8차,91~95년)에 우리기업이 참여할수 있는
문호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우리측에서 중국에 성의를 보여야할 부문도 없지않다. 예를들면
우리정부가 시행중인 조정관세나 반덤핑관세에 대해서는 중국측의 불만이
적지않다.

이밖에 한중정상은 유엔 APEC등 국제사회에서의 협력을 강화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수교 1년여에 불과한 두나라의 관계를 진정한 선진 우방의
관계로 발전시킬 필요성에 양정상이 모두 공감하고 있음을 읽게하는
대목이다.

한중에이어 김대통령의 숙소인 쉐라톤호텔에서 연이어 열린
한.캐나다, 한.호주정상회담도 시기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정상외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취임 한달이 채못된 크레티앙 캐나다총리와는 북한핵문제와 양국간
경협확대등 현안에 전통적인 우호관게를 재확인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강화의 필요성을 양정상모두가 강조함으로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체결후 캐나다와의 경협증진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키팅 호주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APEC가 동아시아및 대양주를 포괄하는
경제협력체로 발전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APEC의 성공에 그
어느 국가보다 기대를 걸고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APEC의 창설을 주도한
호주의 협력약속이 나름대로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김대통령은 오는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클린턴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갖게 되어있다. 내치에 바빠 취임 9개월만에야 이루어진 그의
미국방문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들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출발이
좋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