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서찰을 읽은 요시가쓰는 대뜸, "이거 야단났군요" 하고 마쓰다이라
에게 말했다.

"그렇죠?나도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삼간을 제거하라니,말이
됩니까?그럼 왕정복고를 도로 뒤집어 엎으라는 것인데,큰일날 소리죠"
"맞아요" "요시노부가 전쟁을 각오한 것 같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요구를 할 수가 있어요. 이건 간접적인 선전포고라고 할 수
있다니까요" "유신정부 앞으로 보낸 공식적인 문건 같으면 그렇게 볼 수가
있지만,나 개인에게 보낸 서찰이니까,선전포고라기보다도 공무합체를
주장해온 우리 온건한 번주들을 은근히 선동하는 것이라고 봐야겠죠"
"그렇다면 더욱 큰일날 일이에요. 자칫하면 우리가 요시노부와 내통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어요. 안 그래요?삼간이라는 말까지 적힌 이
서찰을 만약 당사자인 이와쿠라와 사이고,오쿠보가 본다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오해를 할 소지가 있고 말고요" "그들이 당장 우리부터
숙청하려고 들 거라구요. 그러니까 마쓰다이라공,이 서찰은 안 받은 걸로
하는게 좋겠는데요" "이미 받았는데,어떻게 안 받은 걸로 하나요?"
"없애버리면 되는 거죠 뭐" "그럴까요. 그러나 요시노부의 사신이 나한테
서찰을 가지고 왔다는 것까지 비밀로 부치기는 어려울텐데요. 이미 다
알려진 일이니까요"
요시가쓰는 잠시 생각한 끝에 다시 입을 열었다.

"회의때 구두로 보고를 하면 되죠. 귀공 앞으로 보낸 사신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삼간을 제거하라는 요구조건은 빼고,열번회의를 구성하면 납지를
절반은 이행하겠다더라고 말이에요"
"그러면 되겠군요" "그와같은 제안에 대해서 요시노부가 삼간이라고 한 그
세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한 번 시험해 보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만약 수락을 하면 그런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 보는 거죠 뭐" "수락을 할
턱이 없죠. 먼저 열번회의를 구성하라는데 수락하겠어요. 더구나 그렇게
해도 납지를 절반만 이행하겠다는데." "밑져야 본전 아닙니까. 그렇게
해보는 수밖에." "좋습니다. 내일 회의 때 그렇게 보고를 해보죠"
그리고 마쓰다이라는 삼간을 제거하라는 문구가 적힌 그 서찰을 손수
불태워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