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노부의 전쟁 불사의 각오를 듣자 마쓰다이라는 이제 얘기는 끝났다는
듯이 입을 다물어 버렸다. 혈육의 정을 담은 듯한 그런 어조로 요시가쓰가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말이죠 우리 도쿠가와 가문을 위해서나 각하를 위해서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어떻게요?" "납지를 절반만 하시는 겁니다.
영지의 석고가 사백만석 아닙니까. 그 절반인 이백만석만 내놓는 거죠.
그러면 어느 정도 각하의 충성심을 보이는거니까,한결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고,납지를 전면적으로 거부하시면 어명을 묵살하는
셈이니까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우리들이 각하를 변호하고,각하의 구상인
열번회의를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따르지요"
가만히 듣고있던 요시노부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 영지의 석고가 사백만석이라고 흔히들 말하는데,그건 매우 과장된
것이오. 막부의 전성시에는 그정도의 석고를 누렸다고 할 수 있지만,지금은
형편이 많이 달라요. 그 절반 정도밖에 안되지 뭐요" "그럼 이백만석밖에
안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소. 이백만석도 잘 안될 거요. 그런데 그
절반을 내놓다니. 그럼 도쿠가와 가문이 한낱 번과 같은 처지가 되고
말잖아요. 될 말이 아니오"
요시노부는 당신도 같은 도쿠가와 가문의 후예이면서 그따위 소리를
하느냐는 그런 눈길로 요시가쓰를 바라보았다.

마쓰다이라가 정색을 하고서 물었다.

"그런 타협안도 받아들일 수 없으시면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기어이 전쟁을 하시겠다는 겁니까? 유신의 주체들은 전쟁을
원하고 있습니다. 각하께서도 그걸 아실텐데요" "알고 있소" "각하,우리는
사자로서 찾아왔습니다. 돌아가 보고할 의무가 있는데,뭐라고 보고를 하는
게 좋을는지요?" "아까도 얘길 했잖소. 납지는 절대로 이행할 수가
없고,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에도 쪽에 있는 중신들과도 의논을 해야
되니까,좀 시일이 걸려야 결론이 날 거요. 결론이 나는대로 이번에는
내가 사자를 보낼테니까,그쯤 알고 돌아가시구려" "예,알았습니다"
마쓰다이라는 순순히 대답을 했다. 그러나 요시가쓰는 마지막으로 당부를
하듯 꽤나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각하,부디 몇몇 유신 주체들의 함정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현명한 판단을
하셔서 우리 도쿠가와 가문에 파멸이 오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