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이 지난 9일 발표한 "금융환경변화에 따른 금융기관의 경영혁신
기본방향"에는 국내 은행들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부실채권이 지나치게 많고 책임경영및 경영합리화노력이 부족하며 은행권의
영업비중감소등 주요 문제점으로 꼽고 이에대한 시정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6월말 현재 불실여신은 2조9,478억원으로 총대출의 약2%에 달해
금융기관의 재무구조개선및 경쟁력강화에 큰 짐이 되고 있다. 국내의
5대시중은행과 일본의 11개 도시은행의 평균생산성을 비교해보면
전체적으로 우리는 일본의 약 10분의1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예로
91~92년중에 은행원 1인당 예대실적은 일본이 우리보다 11배이상 많으며
1인당 국민총생산의 차이를 고려해도 2. 6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개선방안은 보고서의 긴 제목만큼이나 지루하고
진부하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조직개편, 전산화, 자산부채
종합관리제도의 도입등을 비롯해 새로운 금융서비스(ALM)의
개발,책임경영의식의 강화등 그동안 귀가 아프게 들어온 얘기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누가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는
문제가 가닥이 잡혀야 이같은 개선방안들이 얘기될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인사가 만사"라는 개혁의 대명제에 부딪치게 된다.
주인이 따로 없는 금융기관의 경영에서 최고 경영진에 대한 합리적인
인선원칙이 세워져야 책임경영이 가능함은 당연하다.

임원은 말할 것도 없고 간부만 되어도 줄잡기에 바쁘며 일반 직원들은
그들대로 노조를 앞세워 제몫을 챙기는 무사안일과 집단이기주의 그리고
파벌이 판치는 속에 책임경영과 생산성향상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이
판에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전산화를 추진할 수
있으며 이해관계가 민감한 조직개편이나 인원감축을 손댈수 있겠는가.

개인능력과 관계없이 연공서열이나 줄잘서는 것으로 평가되는 판에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개발이나 ALM의 도입이 얼마나 내실있게 될는지도 의문이다.

이제 국내 금융기관의 경영혁신은 자발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렵고 정부가
나서거나 철저한 경쟁으로만 가능한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금융관련협회장의 인사에서 또다시 낙하산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들리니 금융기관의 경영합리화가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