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이 가계대출금리도 차등화하겠다고 발표한 9일 제일은행 신한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은 쓴 맛을 삼켜야 했다. 자신들도 생각했던것인데
선수를 뺏앗겼기 때문. 가계대출금리 차등화는 개인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사탕"같은 것으로 2단계금리자유화가 시작되자마자 대부분의 은행
들이 검토했으나 조흥은행이 먼저 치고 나가자 "침통"해 했다고 한다.

금리자유화시행직전 은행들은 대출금리수준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서로 낮은 금리를 내세우려고 눈치싸움을 벌인것. 다른 시중은행이
일반대출우대금리를 연8.75~9%로 고시할 움직임을 보이자 제일은행은
이보다 낮은 연8.5%로 잠정 결정,금리에 관한한 선제권을 잡는 듯했다.
그러나 제일은행은 대부분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연8.75%이상으로 잡았는데
상대적으로 이자손해를 봐가면서 연8.5%로 정할 필요가 있느냐며 다시
연8.75%로 수정했다. 이틈에 후발은행의 선두주자격인 신한은행이 모든
은행중 가장 낮은 연8.5%로 우대금리를 고시,다른 은행들의 허를 찔렀다.

이같은 신경전은 은행들이 금리자유화이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른바
선도(리딩)은행으로 부상하려는 노력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선도은행은 한은의 정책파트너가 된다는 자부심도 느낄수 있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이미지를 부각시킬수 있는 호재가 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은행들이 군침을 삼켜왔다.

2단계자유화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서로간의 신경전은 대단하다.
은행의 이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광고"할 수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유무형의 플러스효과도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수신고 1등"으로 선발은행이 되기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수신고 1위은행은 일반고객들로 하여금 가장 좋은
은행이라는 인식을 갖게 할 수있다는 차원에서 경쟁을 벌여왔다.

금리자유화가 시작되면서 수신고 1위은행의 의미는 다소 줄었다. 수신규모
보다는 경영수지가 좋아야 대출금리를 낮게 적용할수 있는 만큼 경영수지
개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가계자금은 은행권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조달비용이 적게 들어 금리자유화
시대에 경영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조흥은행
이 가계대출금리차등화를 통해 우량고객에게는 대출금리를 낮추겠다고 먼저
발표한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흥은행이 8일 당좌대출기준(우대)금리를 연10.5%에서 연10.25%로 낮춘
것도 같은 의미의 선제공격이다.

만일 다른 은행들이 당좌대출금리를 따라서 내린다면 결과적으로 조흥은행
이 당좌대출금리에 관한한 잠시나마 선도은행이 되는 셈이다. 인하대상이
일반대출이 아닌 당좌대출이고 인하폭도 0.25%포인트여서 당장은 큰 의미가
없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다.

선도은행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은행으로는 선발은행중에서는 조흥은행
제일은행 한일은행,후발은행중에서는 신한은행일 것이라는게 금융계의
추측이다. 이같은 추측은 부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한은은 선도은행을 지정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은행간 경쟁이
이뤄지다가 저절로 앞서가는 은행이 부상하고 그추세가 어느정도 굳어지면
자연스럽게 정책파트너로 삼을 방침이다.

한은관계자는 "가계대출금리차등화및 당좌대출금리인하에서 은행간 차이가
벌어지고 있으나 이는 극히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관계자는
"자유화가 더 진전되면 미국이나 일본처럼 은행권 재편이 가시화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