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간 신문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고등학교 여학생이 창틀에 목을
매고 자살했다는 기사와 함께 20년전에 성폭행 당한 여성이 보복 살인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하나는 자살이고 하나는 살인이지만 두 경우 모두
여성에게 강요된 순결 이데올로기가 빚어낸 사건이라는 사실에 그들을 죽인
것은 우리사회의 잘못된 통념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무엇이 우리나라가 성범죄 3위국으로 만들고 있는가. 우리가 가진 남녀
성에 대한 이중개념이다.

남성은 성적일때 매력있는 남성이라고 평가받는 반면에 여성은 성적일때
음란한 여인이 되고,남성에게는 적극성과 성적 충동내지는 욕망을 허용하는
반면 여성에게는 소극성과 순결을 강조한다. 그래서 허용받은 남성들은
절대적으로 비밀을 보장받는다는 전제아래 성폭력을 행사하게 되고 여성은
성적 피해를 받고도 자신의 순결이 탄로나는 것이 두려워 고발하지 않는다.

현재 성폭력 피해 여성들중 2.2%만이 피해를 고발한다는 사실은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그래서 가해자인 남성은 아무 수치심 없이 살아가는데
비해 피해자인 여성들은 일생을 피해의식속에 불행하게 살게되고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죽지못해 살아가고 있다.

물론 성적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가 각성해 고발정신을
높여야겠고 또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가 가진 성의 이중개념이 성폭력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여성의 순결을 원한다면 이것이 유지되기 위해서 남성에게 더 큰 순결을
강조하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또 성폭력 가해자는 정죄하지 않고
피해자를 왜 죄인으로 몰아치는지. 여성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힘과 폭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성행위는 왜 보호받는지.

늦은 밤에도 우리 딸들이 두려움없이 골목길을 갈수있고 택시를 탈수있고
좋은 산책길을 낭만에 젖어 홀로 걸을수 있는 날은 언제올까. 하루빨리
"성폭력의 나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