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주식매집에 대응하기 위해 한동안 분주했던 기아그룹이
그룹중장기 발전계획을 마련하는등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9일
중앙대가 제정한 "참경영인상"을 수상한 김선홍회장을 만나 기아그룹의
장기비전과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우선 참경영인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김선홍기아그룹회장=한 일도 별로 없는데.미안할 따름입니다.

-참경영인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지요.

<>김회장=입사당시 부하직원이 3명이었습니다. 지금은 5만명 식구를
이끌어가고 있지요. 제가 다 감당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대표사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능을 키우는 능력이 경영자로서의 능력이라고 봅니다. 기능의
축적과정을 알고 키울때 제대로 인재를 양성할수 있는 것이지요.
"경험과학"이랄까요.

-삼성그룹의 주식매집사건으로 한동안 시끄러웠습니다만..

<>김회장=사람도 공장도 원하는 것은 사겠다.. 그동안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데서도 그런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아그룹은 그동안
수많은 역경을 헤쳐온 기업입니다. 신출내기 종업원들도 선배들의
어려웠던 시대를 얘기를 들어 잘알고 있지요. 기업은 지나치게 남을
불리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남을 불리하게 했을 때는 반드시 반작용이
따르게 되지요.

-삼성그룹의 승용차사업진출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회장=우리는 달갑지 않게 생각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한국자동차산업 증설과 신규참여의 문제점을 지적했듯이 국내자동차업계는
이제는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합니다. 과거에는 민간과 국가가 협력해
고도성장을 이룩해왔습니다. 하지만 실패가 있었지요. 석유화학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금 모든 석유화학업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지
않습니까.

-상용차시장에도 삼성 한라외에도 또다른 기업이 신규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던데요.

<>김회장=상용차는 기본적으로 엔진과 동력전달장치의 문제입니다.
승용차와는 또다른 기술입니다. 내연기관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용차를 한다는 것은 국내자동차산업을 한없이 식민지산업으로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후대를 위해 걱정하는 것이지 금세기를 걱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기업뿐아니라 정부측의 시장경제론자들도 자유로운 시장진입과
퇴출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회장=여건이 공평한 자유경쟁이라면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똑같은
러닝셔츠를 입고 똑같은 운동장에서 뛰어야 합니다. 옆에서 보조가
있어서는 안되지요. 프랑스의 르노나 독일의 벤츠가 장갑차를 만들지
않았으면 어떻게 세계굴지의 중트럭메이커가 됐겠습니까. 역사의
바탕속에서 기술이 축적되는 것이지요. 돈만으로는 안됩니다. 외국기술을
복제해서는 자기나라의 국력을 키울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사람들만 박수를 치게되지요. 무작정 경쟁이라는 경제정책은
잘못입니다. 동경모터쇼에서도 보셨겠지만 모터쇼에 나갈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8개국에 지나지 않습니다. 캐나다나 스페인이 우리보다
자동차생산대수는 많지만 모터쇼출품은 못해요. 자기들의 기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역사의식을 가져야합니다.

-97년까지 1백5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중장기비전을
설정하셨습니다만,당장 수출물량이 달리는 상황인데.. 시설증설계획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지요.

<>김회장=성장도중에 있는 중학생은 계속 커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구자가 되지요. 최근 착공한 2공장이 95년에 완공됩니다.
이에앞서 내년에는 일부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이 65만대에서 85만대로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실을 기해야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끝없이 소재나 전자.전기기술의 개발이 있어야지요. 하지만
이것은 자동차업체가 할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전체가 산업의
이노베이션을 이뤄야 하이테크자동차개발이 가능합니다. 산업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업종전문화라는 교통정리가 기업에는 기분나쁜
일이겠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좀더 대형화하고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으로 봅니다. 70년대 도요타는 규모가 GM의 10분의1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기업과 정부가 노력해서 이제는 거의 같은 위치가
되질 않았습니까.

-해외현지생산계획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장기계획은 어떤지요.

<>김회장=개발도상국에 대한 현지조립(KD)생산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유럽공동체(EC)지역내 현지조립공장을 준비중입니다.

-국내자동차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회장=부품산업이 문제입니다. 조립업체가 급한 것은 아니지요.
중소기업이 커야하는데 정부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
재벌을 키우듯이 부품산업을 적극 육성해야지요. 부품업체들도 모기업의
그늘에 안주하지 말고 빨리 국제화를 이뤄야합니다. 현재 완성차업체들의
가장큰 문제는 채산성이 나쁘다는 것입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해야 하고 생산코스트를 낮춰야 합니다. 노사문제 물가 금리
사회간접자본확충등이 해결돼야 이문제도 풀리지요. 업체간의 과당경쟁도
시급히 정리돼야할 과제입니다.

-항간에는 김회장께서 유니온시스템등 8개 관계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김회장=지분을 가명이나 차명으로 갖고 있다는 얘긴데 터무니없는
소리입니다. "기업을 술책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혼다 소이치로의 말로
답을 대신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