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직에서 물러나 지난 30여년간의 발자취를 돌이켜볼때 경제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고 잘못된 일도 있었지만 우리 경제가 놀랄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데 대해 개발연대에 참여했던 한사람으로서 무한한
긍지를 느낀다.

지난날의 여러가지 변화를 생각하면서 60년대초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할때
실로 격세지감을 금할수 없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국제적 지위가 높아진 것이 정치를 잘해서도,외교가 능해서도 아니었다.
또 문화가 크게 향상되어 그런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그동안 우리가
피땀흘려 이룩해놓은 눈부신 경제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88년 서울에서 올림픽을 개최할수 있게된것이나 동구권을 비롯 소련이나
중국과 그렇게 빠른 시일안에 국교를 맺을수 있게된것도 모두 우리의
경제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5천년의 역사를 더듬을것도 없이 30년전까지만 해도 참담했던
우리경제가 오늘날과 같은 발전을 이룩하기 시작한것은 62년 시작된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추진하면서부터 였다. 그후 수차례의 개발계획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우연히 저절로
된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가난에서 벗어나 잘 살아보겠다는 경제개발에 대한 한 지도자의
불굴의 집념과 의지 그리고 능력있고 사명감있는 젊은 관료집단,창의적이며
의욕에 찬 기업가들,손재간 좋고 근면하며 교육수준 높은 근로자들과 하면
된다는 자신감 넘치는 국민들의 집합된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우리의
오늘이 이런 모든 요소들의 합치된 결과이지만 무엇보다도 잠자고 있던
국민의 저력을 일깨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능력을 발휘하게 할수 있었던
것은 위대한 지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60,70년대의 우리 경제개발성과에 대해서 일부 식자들이나 재야인사들은
그것이 박대통령의 능력이나 노력으로 된것이 아니고 그 시기에 누가해도
그 정도는 할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개발성과를
격하시키려는 고의적인 의도이거나 아니면 실제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생기는 이야기라고 본다.

우선 남북한을 비교해 보자. 남과 북은 같은 문화 같은 언어를 가진 한
민족이며 분단당시의 경제상황은 오히려 북한이 더 좋은 상태였다. 그런데
오늘날 북한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고 우리는 경이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앞에서의 주장대로라면 북한도 우리와 같은정도의
발전을 달성해야 됐을터인데 어떻게 이런 엄청난 경제적 차이가 생겼는가.

또 남미의 경우와 비교해 보자. 브라질이나 멕시코는 자원이 우리보다
몇배 풍부하고 국토면적도 인구수도 우리보다 훨씬 크다. 뿐만아니라 이들
나라는 한때 경제적으로 상당히 발전을 이룩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60년대이후 이들은 우리보다 많이 뒤떨어졌는데 이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것인가.

한 시대 한 나라의 경제발전이 결코 저절로 되는것도,아무나 할수
있는것도 아니다. 강인한 의지와 투철한 철학을 갖고 남보다 더많이
노력하고 땀을 흘려야 남보다 더 발전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민주화나
사회적개혁도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화나 개혁만되면 경제는 저절로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다.

우리는 지금 지난날 이룩해 놓은 경제적기반을 토대로 제2의 도약을
할때다. 지금까지는 기초를 닦았을뿐 본격적인 조국 근대화 작업은
이제부터이다. 세계의 개방화 물결속에서 경쟁이 날로 심해지는 이때
우물안 개구리처럼 집안에서만 아웅다웅하지말고 문을 활짝 열고 모든힘을
결집해 세계로 힘차게 뛰어 나가야 할때다.

지금까지 34회에 걸친 나의 비망록을 마감하면서 미숙한 내용에도
불구하고애독해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