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데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민자당의 김종필대표와 민주당의 이기택대표는 26일과 27일 양일간 실시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현주소"에 대해 기본인식을
같이했다.

경제위기의 실상을 직시하고 우리경제가 안고있는 모순을 냉철하게 인식
하지 않으면 난국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없으며 이같은 현실인식을
토대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만 경제를 살릴수 있다는게 공통된 시각이다.

김대표와 이대표는 특히 날이 갈수록 저하되고있는 우리경제의 국제경쟁력
을 끌어올리자는데 나란히 발언의 무게를 실었다. 또 경제활성화를 위해서
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근로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똑같이 진단했다.

이와함께 기업인들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경제활성화에 전념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데도
한목소리를 냈다.

김대표가 여야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이
대표가 "경제개혁특별위원회"를 국회내에 구성할 것을 제안한 것도 경제에
대한 기본인식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법론에 있어서는 여야대표가 상당히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김대표는 정부와 민자당이 추진하고있는 신경제5개년계획이 경제의 활력을
회복시킬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있는 반면 이대표는 이 계획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며 전면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실명제의 정착여부에 대한 두 대표간 시각차는 현격하다.

김대표는 지금현재 실명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돼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검은돈"을 양성화하고 기업들의 비자금을 산업자금화하는등 실명제실시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실명제가 성공할 것으로
낙관했다.

이대표는 이에대해 30조원이 넘는 지하음성자금중 불과 5조원만 실명화
되고 대기업의 비자금과 무자료거래는 여전하며 사채시장도 변형된 형태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등 "반쪽 실명제"에 그치고있다며 실명제 대체입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실명제가 실효를 거두기 위한 방안에 있어서도 이견이 적지않다.

김대표는 실명제실시에 걸맞게 세율구조등 조세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
하고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하는등 "보완"
에 비중을 두고있으나 이대표는 "개혁"쪽에 더 무게를 싣고있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세율을 대폭인하하는등 세제개혁을 단행하는
한편 한은독립과 금융자율화의 조기시행등 금융개혁조치를 취하고 토지가
투기의 수단과 대상이 되지않도록 부동산실명제를 도입하는등 일련의
제도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실명제실시의 실효를 거둘수있다고 보고있는것.

최근 현안으로 부각되고있는 사회간접자본시설등의 확충을 위한 재원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김대표의 경우 정부투자와 민간참여를 획기적으로 확대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반면 이대표는 방만하게 운용되고있는 행정기구의 개편과 예산개혁을 통해
마련되는 여유자금을 투자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사문제의 경우 김대표는 성장에 저해가 될 일은 억제하고 국가사회의
총체적 이익에 부합치않는 일도 자제해야한다며 유난히 "자제"를 강조한데
반해 이대표는 노동이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보조수단이라는 사고에서
탈피해야하며 노동의 민주적 경제참여없이는 진정한 국가경쟁력회복을
기대할수 없다는 "노사대등"의 원칙을 앞세웠다.

어쨌든 이번 대표연설에서 경제쪽으로 정치권의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는등 큰 변화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김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