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돌아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4%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차 오일쇼크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1980년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성장률 저하를 두고
우리경제가 나낙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그동안 우리경제의 성장률은 높을 때는 12~13%,낮아도 7~8% 수준을
유지하여 왔기 때문에 높은 성장률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과거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성장률은 충격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경제가
세간의 우려와 같이 심각한 상황인가. 성장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지않고 성장률의 고저만으로 경제현황을 진단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수
있다.

성장률 자체로 보면 지금까지 우리는 과속성장을 해왔다.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7% 내외인 것을 감안할때 그동안 능력 이상의 높은 성장을
해온 셈이다. 경제발전초기에는 규모가 작아 공급능력이 늘어나는 속도가
크기 때문에 두자리수의 고도성장이 가능하지만 경제규모가 크게 확대된
지금은 매우 어렵다.

선진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있어 제로 성장에 머물고있음을 고려하면
우리가 잠재능력수준으로만 성장하더라도 통상마찰을 야기시킬수 있는
유인이 된다. 특히 최근 미국 독일등 선진국이 내수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범정부차원에서 수출증대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하고 있어 시장개방압력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가 가중될것을 감안한다면 성장률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우리는 고성장을 경제정책의 최우선목표로 삼아 왔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성패여부를 성장률로만 판단하는 타성에 젖어 있다. 특히 6%대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등과 비교하여
경제성장률이 낮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만은 경공업 분야에서 우리보다 임금상승 압력이 적어 노동집약
산업의 쇠퇴가 크지 않은 편이며 싱가포르는 경제성장의 대부분을 관광과
석유화학산업에 의존하고 있고 홍콩도 중국특수에 따른 중개무역을 통한다
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경제구조나 무역패턴이 상이한 국가들을 단순히 성장률로만 비교하는 것은
경제운용방향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어렵게 한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진정으로 고심해야 할 부분은 적정범위내에서의
견실한 성장이 지속될수 있도록 경제여건이나 규모에 맞는 성장방식을
모색하는 것이다. 89년이후의 내수위주성장은 우리경제에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당시 수출이 극도로 부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7~9%대의 성장을 이룩할수
있었던 것은 소비와 건설부문의 과열에서 가능하였는데,이러한 성장패턴은
국내 관련산업의 공급부족을 야기시켜 물가앙등과 함께 국제수지 악화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경쟁력 약화와 성장분화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내수위주의 성장을 지속하려면 높은 임금수준을 유지해야 할
뿐만아니라 국내 수요 진작책을 쓸수 밖에 없는데 예상되는 부작용이 너무
커서 이제부터는 수출주도형 성장패턴으로 되돌아 갈수 밖에 없는 형편
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수출위주의 성장을 추구하는 데에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어 그 원활한 추진에는 몇가지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경쟁력기반을 확고히 다져 나가야 한다. 한 국가의 경쟁력은 상대국
에 비해 얼마나 싸게,얼마나 질이 좋게 생산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기술
수준과 제반 변수의 안정 및 생산성의 정도가 관건이 된다.

둘째 산업구조를 신속하게 조정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생산요소의 비교
우위를 감안해 볼때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불필요한 진입장벽의 철폐와 과감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경제시스템이 국제화되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수출
증대로 경제회생과 고용증대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주의의 심화 및
포스트 UR체제의 가동등으로 개방압력은 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종 제도나 관행이 국제적 규법에 일치되도록 개선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경제는 최근 건실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제반가격변수가 안정되는 추세에 있다. 임금은 상반기까지 12.9%(전산업)
상승하여 전년동기(17. 6%)에 비해 낮아졌고 지가도 상반기중 3.3%하락하는
등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금리도 실명제의 초기 안착에
힘입어 채권수익률이 13%대를 기록하고 있어 비교적 안정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설비투자는 상반기중 마이너스 13.8%를 기록,극도의 부진상을
보였으나 투자예고지표인 기계수주가 7월까지 4개월 연속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건축허가면적도 46.8%증가하는등 하반기중에는 뚜렷한
회복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단지 물가는 공산품가격과 서비스요금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일기 불순에
따른 농산물의 등귀등으로 9월말 현재 전년말비 4.9%상승(소비자물가 기준)
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앞으로는 실명제실시에 즈음하여 통화
공급이 늘어날 요인은 있지만 국제원자재가격 안정,내수부진,임금안정등의
요인으로 볼때 국내물가도 점차 안정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금년중 우리경제는 성장률로 보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였지만 그
내용면에서는 비교적 견실한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알수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성장률의 고저에 얽매이는 실적위주의 편견에서 하루
빨리 탈피하고 제반 가격변수를 확고히 다져 우리의 선결과제인 경쟁력
제고와 산업구조조정이 이루어질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수출주도형 성장패턴을 조기에 정착시켜야 불황탈출은
물론 신경제정책의 최대 추진 과제인 잠재 성장기반의 확충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