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어제 조정에서 큰 정변이 일어났습니다. 알고 계시는지요?"
도쿠가와요시가쓰가 말했다.

"알고 있소"
쇼군 요시노부는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간밤에 급변하는 정국을 두고
이리 재고 저리 재느라 잠을 설친 탓으로 눈자위가 약간 꺼져들어간
듯했으나,비교적 온화한 표정이었다.

요시가쓰는 어젯밤에 있었던 유신정부의 첫 어전회의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을 한 다음, "격론 끝에 결국 쇼군 각하에게 사관납지를 권유하기로
의결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말 뭐라고 말씀드릴 면목이 없습니다" 하면서
머리를 숙였다.

사관납지를 명하는 어명이 떨어졌는데도 차마 그렇게 통고하질
못하고,"권유"라는 말을 썼다.

이어서 마쓰다이라요시나가도 입을 열었다.

"각하께서 이미 대정봉환을 선언한 터이니,그 충정을 십분 헤아려서
아무쪼록 납지까지는 요구하지 않는게 옳다고 끝까지 주장을 했으나,결국
역부족이었습니다. 어젯밤 회의에서 야마노우치도요공이 처음부터 정변에
반대하여 앞장서서 각하를 지지하고 변론했습니다. 각하가 참석하지 않은
회의는 무효라고까지 주장했지요" "아,그래요?" "그리고 심지어 정변의
주모자인 이와쿠라도모미를 향해서 어린 천황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잡기
위해 일으킨 거사가 아니고 뭐냐고까지 내뱉었지요" 요시가쓰가 얼른 말을
이었다.

"그말이 결정적인 실수였지 뭡니까. 어전회의에서 그런 천황을 모독하는것
같은 말을 했으니,그 약아빠진 이와쿠라가 가만히 있겠어요. 유신의
단행은 처음부터 성지를 받들어 추진한 일이라고 호통을 치게 됐지요.
그리고 나중에는 사이고다카모리와 오쿠보도시미치가 반대파,즉 우리를
살해하고서라도 자기네 뜻대로 밀고나가려고 했습니다. 자칫하면 어젯밤
어전회의가 피로 물들 뻔 했지요" "음."
요시노부는 괴로운 듯 지그시 두 눈을 감았다.

유신정부의 사자로서 니조성을 찾아온 두 사람이 마치 요시노부에게
어젯밤의 일을 고자질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도쿠가와요시가쓰는 어삼가(어삼가),즉 도쿠가와 가문의 직계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이었고,마쓰다이라요시나가는 막부의 정치총재였으니,
쇼군 요시노부와 남다른 관계라고 아니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