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슴달린 남자"는 직장에서의 남녀차별문제를 소재로 한 코미디다.

남성우대의 직장풍토를 견디다 못해 남장을 하고 가짜 남자가 되는 신세대
직장여성이 주인공이다. 뻔하고 단순한 스토리전개가 예상되지만 의외로 재
미있고 완성도가 높다. 신승수감독의 세련된 연출력이 돋보인다.

실력있는 여대생 김혜선(박선영)은 졸업후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입
사한다. 그러나 회사는 그녀에게 서류복사, 커피심부름 이상의 일을 주지 않
는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 묵살되고 핀잔을 받기 일쑤다. 혜선은 회의석
상에서 커피를 뒤엎고 뛰쳐나온다. 그리고는 남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머리를 자르고 양복을 입고 가슴을 숨겼다.

주민등록증의 이름도 혜석으로 고쳐 현진그룹공채에 당당히 합격한다.

지난 직장에서와 똑같은 정도의 일을 해도 회사는 그녀를 인정해 준다.

최고의 사원이 돼 항공사업을 전담하는 특수팀으로 뽑히기까지 한다.

같이 선발된 현준(최민수)과 함께 있게 되면서 혜선은 흔들린다.

지옥훈련도 받고 한 방에서 같이 자고 매일 둘만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
한다. 남자가 돼도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가슴달린 남자"는 개봉 25일만에 1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유쾌한 분위기와 감각적인 대사가 직장여성 대학생들에게 먹혀들고 있는 것
이다. 여성차별을 고발한다면서 시각은 철저히 남성적인 것이 이 영화의 한
계다. 여자가 남자역할을 하며 남성사회를 보지만 그 시각이 남성적이어서
영화는 엉켜있다. 남녀평등의 목표를 남자와 똑같이 되는 것에 두고 있는 것
도 영화가 제시하는 메시지 자체가 저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혜선이 현준에게만 자신을 공개하는 것은 스스로 차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빠른 전개와 치밀한 구성 등으로 이 영화는 "결혼
이야기"이후 장르화된 멜로코미디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수작코미디로 평가
될만 하다. 최민수의 진지한 연기도 영화전체의 톤을 유지하는데 일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