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서의 송홍전에 보면 "조강지처는 당에서 내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조강은 지게미와 쌀겨를 말하는 것으로 가난한 살림을 뜻하며,당이란
훌륭한 건물을 가리킨다. 가난한 시절에 고락을 같이했던 아내를 남편이
출세한 후에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남편도 행복하게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부분 남편이 그러하듯이 사회생활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적으로
가정에 소홀하기 쉽고 특히나 아내와 취미생활을 함께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혹 어떤 모임이 있다해도 그것은 대부분 남자들이 중심이
되고 아내들은 부수적으로 따라다니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필자의 경우
는 아내들이 중심이 되고 남편들은 뒤쫓아 다니는 모임이 있다. 그렇게
편하고 즐거울수가 없다. 이름하여 "Hee Five회"이다.

아내의 경우 여고시절 동창과 대학동창이 한데섞인 모임이 있는데,회원
다섯명의 이름자에 공교롭게도 모두 희자가 들어간다고 해서 모임이름을
"Hee Five"라고 지었다.

10여년전부터 아내들의 청에 못이겨 남편들이 끼여서 모임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 모임이 의외로 활성화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활력과
가정의 화목은 물론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들어 내는데 일조를 하는 모임
으로 자리잡고 있다.

날짜를 정해서 만나는 정기모임은 없지만 여름휴가는 회원 전가족이 함께
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었으며 계절이 바뀔때마다 명산명소를 찾는 모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설악산 지리산 덕유산등 산행은 물론 금강 영산강 한탄강등 전국각지의
산천을 돌며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온 가족이 함께 만끽하노라면 일상의
묵은 찌꺼기와 스트레스는 한순간에 털어버릴수가 있다. 여러곳을 다니던중
지금도 잊을수 없는 곳은 금강유원지이다.

몇년전 여름휴가로 포항을 가기위해 각자의 승용차로 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던중 하필이면 필자의 차가 망향휴게소 근처에서 고장을 일으켜
본의아니게 중간집결지로 약속한 금강유원지에서 하룻밤을 묶게 된 일이
있었다. 밤늦게 금강유원지에 필자가 합류해 숙박할 곳과 요기할곳을 찾았
는데 그때 금강 뒤편으로 나가 찾은 음식점에서 먹은 매운탕과 도리뱅뱅이
튀김(민물생선튀김)맛이 너무 좋고 인상적이어서 그 이후로 그곳을 지날때
마다 어김없이 찾는 단골명소가 됐다.

이 모임에 필자와 같이 못이기는 척 참석해서 온갖 실속을 다 차리는 지혜
로운 남편으로는 제일 맏형격인 김일도씨(티코인터내셔날대표)와 워낙 발이
넓어 전국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모임의 실질적 대장 최갑철씨(부산
은행 차장), 그리고 분위기와 무도에 강한 김재훈씨(네슬레 부장), 사투리
와 특유의 웃음소리로 모임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유석권씨(산부인과 원장)
등이 있다. 짐작컨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Hee Five회)의 남편들은 이
모임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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