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와 관련된 긴급명령위반으로 금융기관직원이 처음으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충격을 던져주고있다. 경찰의 조사가 아직
마무리되지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금융기관에서 불법실명전환사례가
적지않게 일어났을 것이라는 점에서 빙산의 일각의 표출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사건에 연루된 동화은행종로5가지점과 고려증권상봉지점의 불법사례는
남의 이름을 훔친 도명(차명에 해당)계좌의 개설및 그 계좌를 이용한
불법인출(고려증권)로 볼 수 있다. 금액은 인출기준으로 동화은행
2억3천2백만원,고려증권이 9억4천만원이다.

충남방적의 장현기계장은 같은회사의 유주형부회장과 이재호상무및 자신과
자살한 구자원자금부과장등의 이름으로 도명예금을 실명전환,2억3천2백만원
을 동화은행종로5가지점에서 인출했다. 현금인출에 따른 국세청통보의무를
피하기 위해 계좌당 2천9백만원씩만 뺐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도명예금의 실명전환에 있다.

장계장은 평소에도 일정금액의 자금을 이은행에 입금해왔다. 때문에
장계장과 이은행의 이대리는 서로 잘았을 법하다. 도명예금도 차명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예금주를 은행에서 확실히 안다면 통장상예금주의
위임장없이도 실명전환해주도록 정부에서 보완조치를 취한 만큼 어떻게
보면 장계장의 실명전환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출한 돈이 모두 장계장 개인것이 아니고 그회사의 유부회장등의
돈도 있는 만큼 장계장이 제대로 돈을 인출하려면 통장상에 나타난
도명예금주의 위임장은 없더라도 나중에 실명으로 전환된 예금주인
유부회장의 위임장은 있어야 한다.

아직 경찰의 조사나 은행감독원의 검사결과가 나오지않아 확실히 알수는
없지만 위임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분에 은행직원의 잘못이
있다. 도명예금주는 나타나지 않더라도 유부회장등의 위임장은 있어야만
실명전환이 되고 인출할 수 있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은행측에서 이를 실수정도로 보고있다. 이는 은행직원과 그회사의
장계장이 서로 잘알았을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한다. 서로가 잘아는
사이이고 그돈도 회사돈일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만큼 편리를 봐주기위해
그냥 실명전환해준 것이어서 계획적이고 악의적인 불법이라고 할수는
없다는 것이다.

동화은행종로5가지점의 이형택지점장은 "당사자인 이대리가 경찰에
붙들려가정확히 알수없지만 잘아는 사이끼리 편의를 봐준 것같다"며 "과연
긴급명령이 위배된다고 할수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수인지,계획적인 불법행위인지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건은
2개월의 실명전환의무기한중에서 적지않은 불법사례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있다.

특히 통장에 적혀있는 예금주와 실제예금주가 잘아는 상태의 차명이나
통장상의 예금주를 모르는 도명예금의 실명전환과정에서 변칙적인 전환이
많았을것이라는 얘기들이 나돌아온 터여서 이번사건이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있다. 가명예금의 경우에는 불법전환여지가 적지만 차명예금은
금융기관직원의 협조가 있으면 실명전환이 가능하고 그같은 사례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또 앞으로 불법으로 실명전환한 예금주와 통장상 이름을 빌려준
예금주간에 분쟁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할수 있다. 은행측에서는 실예금주를
잘알아 차명상태로 실명전환해 주었으나 통장상의 예금주가 자신의
돈이라고 주장하면 언제든지 분쟁이 생길수있다. 이미 모은행에서 이같은
사례가 일어났었다.

이에따라 앞으로 은행감독원등 각 감독기관에서 불법전환여부에 대해
철저히 검사를 해야할 것으로 지적된다.

은행감독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동화은행종로5가지점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