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신도시내 단독주택지를 매입했던 김모씨는 최근 집을 지으려다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집을 착공하려고 보니 택지가 온통 암반으로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김씨는 토개공에 암반을 제거해 줄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토개공은 굴착기로 암반 윗부분을 약간 깬채 그대로 사용하라고
통보해왔다. 건축법시행령이 개정돼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규정이
폐지됐다며 암반을 모두 제거해줄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택지를 매입한것은 건축법시행령이 개정되기 1년여 전이고
지하실설치여부는 토지매입자가 결정할 일인데 뒤늦게 개정된
건축법시행령내용을 내세우는 것이었다. 지하실을 설치해야하는
김씨로서는 별수가 없었다. 3백여만원을 들여 직접 암반을 제거할수 밖에.
공급을 독점하고있는 공기업들은 대부분 이렇게 애프터서비스에 소홀하다.
애프터서비스기동반까지 운영하고있는 전자 자동차회사에 비하면
공기업들의 애프터서비스는 애프터서비스가 아니다. 일반인들과 비교적
접촉이 많고 따라서 애프터서비스가 필수불가결한 주택공사. 서민주택을
"값사게" 공급하는게 주공의 주업무다. 1년에 공급하는 서민주택이 무려
6만여가구나 될정도로 많이 공급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민원도 많고
애프터서비스량도 폭주한다.

그런데 그 많은 민원을 처리하는데는 무반응이다. 반응을 보이더라도
너무 느리다. 최근 주공이 부산 영도구 동삼지역에서 근로복지아파트
주민으로부터 받은 민원처리가 그 대표적인예. 민원의 내용은 인근에
분양가와 평형이 같은 주공의 일반분양아파트에 비해 근로복지아파트의
마감재가 저급품이라는 것.

주공은 이 민원을 접수해 놓고 보고와 회의를 거듭했다. 한달가량의
기간을 이렇게 허비했다. 그러는 동안 울화가 치민 아파트 주민들이 서울
본사에 올라와 소동을 부렸고 급기야 그들은 마감재개선약속을 받아냈다.

이런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주공아파트는 항의하면 개선해준다"는
"딱지"까지 붙어 있는게 사실이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의사결정권을 하부로 대거 위임하고 보고절차를
단축하는 민간기업의 경영방식이 되새겨지는 사례이다.

공기업이 민간기업과 전혀 다른게 바로 이같은 의사결정의 지연이다.
조직이 비대화하면서 그 구성원들이 관료주의를 익힌탓이다. 일본에서도
국철이 3년을 걸려서도 못한것을 JR로 민영화되면서 3초에 결론을
내렸다지 않은가.

자유경쟁시장에 맡겼을 경우 상품의 생산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소위
"시장 실패"의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게 공기업이다.

공기업의 애프터 서비스가 "상품"의 하자를 보수해 주는외에 "목적한
수요자"에 상품이 정확히 공급됐는지를 확인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컨대 주공이 서민용 임대아파트를 싼값에 제공했으면 아파트의 하자를
보수하는 일뿐 아니라 계획대로 무주택서민들에게 돌아가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주택서민들이 자신의 몫을 제대로 챙길수 있어야만 주공의 설립취지를
살릴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주공의 경우 무주택자들에게 분양해야할
소형아파트를 유주택자들에게도 분양해 지난 2월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감사에 따르면 주공은 지난해 임대기간 5년이 지난 장기임대주택
1만7백46가구를 분양전환하면서 무주택자들에게 분양해야하는데도
당초임차인의 경우에는 주택소유여부를 가리지 않아 유주택자에게도
분양한 결과를 초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를 수용,개발후 공급하는 토개공은 개발용지의 매입자가
실수요자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환매권제도를 운용하고있다.

토지매입자가 매입한 토지를 사용가능한 시점이후 3년이내 지정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토개공이 환매한다는 환매특약등기를 토지매각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감자료에 따르면 토개공은 지금까지
환수대상토지가 수천건이 있었는데도 환매한 경우가 한건도 없었다.

환매권을 발동했으나 법적인 뒷받침미비로 소송에서 모두 패소하고
있다는 보고였다. 토개공은 그러나 소송에서 이길수 있는 제도보완책을
아직까지 마련하지 않고있다.

실수요자인지를 확인하는 일보다 당장 이익이 생기는 토지매각에 더
힘쓰는 탓이다.

이같은 현상은 택지를 개발하고있는 수자원공사나 주택공사 지자체
공영개발사업단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고있다.

공기업의 "상품"은 보수도 잘되지 않지만 공급과정에서 누수현상도
잦아 실수요자들에게 그만큼 부담을 주고있다.

<박주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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