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별실로 물러가 휴식을 취하면서 서로 계속 의견을 나누고 있는 동안
사쓰마의 지사로서 거사에 가담하여 이번에 사이고,오쿠보와 함께 참여가
된 이와시다사지에몬은 히구로우도구치로 사이고다카모리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조정을 수비하고 있는 각번의 군사들을 총지휘하며 요시노부가
있는 니조성과 막부쪽 여러번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는 사이고를 밖으로
불러내어 회의에서의 의견 대립을 상세히 알렸다.

야마노우치가 반대 의견의 주동자인데,어찌나 강경하게 나오는지
이와쿠라도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사이고는 잠깐 고개를 쳐들고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더니 불쑥 입을 열었다.

"가서 이와쿠라공에게 내가 그러더라고 전해주게. 품안에 단도를 품고
왔을게 아니냐고" "아,그래요? 알았소"
무슨 뜻인지 이와시다는 대뜸 알아차리고 얼른 소어소로 되돌아갔다.

이와쿠라는 휴게실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본래
애주가이기도 했지만,감정이 격앙되거나 무슨 일이 잘 안풀릴때면 곧잘
술의 힘을 빌리는 버릇이 있었다.

이와시다가 술상 앞으로 다가가 앉자, "한잔 하시려오?" 하고 이와쿠라가
물었다.

"그게 아니라,이와쿠라도노 내가 사이고상한테 찾아가서 자세한 얘기를
했지요" "아,그랬어요? 사이고공이 뭐라던가요?" "뭐라 그러는가 하면."
이와시다는 혹시 누가 듣지나 않을까 싶은지 힐끗힐끗 주위를
둘러보고나서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품안에 단도를 품고 왔을게 아니냐고 그렇게 전하라고 하더라니까요"
"음-"
이와쿠라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잔을 들어 쭉 비웠다. 그리고 빈잔을 상에
내려놓고 젓가락으로 "다꾸왕"(단무지)를 집어 입으로 가져가 와작와작
씹어서 꿀꺽 삼키고는 마치 혼자서 중얼거리듯이 시선을 살짝 떨구고서,
"끝내 야마노우치가 말을 안 들으면 도리가 없지요. 피를 보는 수밖에."
하고 말했다. 그의 표정에 섬뜩한 것이 내비치고 있었다.

"그래야지요"
이와쿠라도 낮으나 단호한 어조로 맞장구를 치고는 지그시 어금니늘
물었다.

이와쿠라는 별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게이슈 번주 아사노나가고도에게
궁녀를 보내어 좀 보자고 불렀다. 그가 오자 이와쿠라는 우선 술을 한잔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