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편제"가 뉴욕까지 흘러 들어와 많은 사람들을 훌쩍거리게
하고 있다. "천년학"중의 구슬픈 대금소리가 영락없이 요즘의 미국
경기사정을 읊는것같아 또한번 쓴웃음을 지을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뉴욕은 그렇게 신세타령이나하고 한숨이나 쉬게 가만 놔두는곳이 아니다.

도심의 대공원에서 추석잔치가 벌어져 상모놀이와 봉산탈춤이 흥겹게
어우러지는가하면 중심가 큰길에선 코리언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현대 대우와 선경 한국금융단 무역협회및 농협등이
제각기 꽃차를 몰고와 맵시를 선보이고있는 속에 미국의 펩시 AT&T
스프린트 등도 끼어들어 애교를 떤다.

그런 번잡이 싫다면 교외로 빠져 사과따기를 할수있다.

이곳의 과수원들은 누구나 얼마든지 마음대로 과일을 따먹고난후 집에
갖고가는 분량만큼만 실비를 받는게 추수때의 큰행사다.

천재 장영주양의 바이얼린 협연,사이먼과 가펑클의 20년만의 재등장은
차라리 청량제보다 더한 상큼함을 주는데 10월의 뉴욕을 더욱
흥분시키는것은 다름아닌 신형 자동차들의 등장이다.

자그마치 1백74가지의 승용차와 65가지의 승용트럭이 쏟아져 나온다.
"람브기니 디아블로"란 차는 24만달러,"벤츠 S600"은 14만달러에 달한다.
싼것으로 치면 현대의 엑셀등 한국차들이 관심을 끌고있다.

제일 싼것이 7천달러부터인데 올해 처음으로 기아의 세피아가 비슷한
값으로 미국공략을 시작한다.

현대는 9천달러수준의 엘란트라,비슷한 값의 스포츠형 스쿠프,그리고
1만2천달러수준의 쏘나타등 4종을 내놓고있는데 공기주머니
측면충격흡수설계를 갖춘 쏘나타 96년형은 기능이 대폭 개선된 그랜저를
닮은것으로 현지 자동차전문잡지들은 주목할만한 차로 꼽고있다.

전문가들은 올해의 신형차들이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 변화는 별로
없는 과도기적 상태인 것으로 보고있다. 그대신 가격면에서 피나는 경쟁을
벌일것으로 내다보았다.

엔화 절상에 시달리는 일제차들이 임대위주의 판매정책을 쓸것이
분명하고 벤츠 볼보등은 오히려 값을 내리고있다.

일반 대중용 차값은 2만달러 내외. 3만달러정도면 고급차이고
4만달러정도 이상이면 호화차로 치는게 이곳 실정이다.

어찌보면 오랜 불황속에서 소비자들의 수요가 실용화위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요즈음 미국의 의류판매업자들은 이탈리아의 밀라노시에서 열리는 봄
여름 기성복쇼에 모두들 몰려가 있다. 대담 화려의 대명사와도 같은
지아니 벌세스가 가장 주목을 받고있다는 소식이다. 기상천외의
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랑코 모스치노는 이번에도 남자옷 소매를
이쁘게 뺑둘러 붙여 늘어뜨린 모양의 웃옷을 선보였다.

미니와 청순미 그리고 편안함으로 특징지워진 올해 밀라노 콜렉션에서
소리없는 주목과 관심을 유독 끈 것은 구치가의 동태. 세계적 초호화
사치품의 명가인 구치회사가 9월 중동 투자가들의 손으로 완전히 넘어간
때문이다. 창업주의 종손인 모리지오 구치는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가업을 인베스트콜에 몽땅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전통의 계승을
강조하는 새경영주측은 어쨌든 올겨울 뉴욕커들은 모양보다는
주머니사정을 더따질것이 분명하다.

자동차건 의류이건간에 공통적인 현상으로 보아도 무방할듯 싶다.
기본적이거나 실용적인면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는 제조업자및 소매업자들에게 그대로 감이 잡히고 값에
반영된다. 20%내외의 가격인하는 그래서 누구의 시선도 끌지 못하게끔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