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물리학에 임계질량 (Critical mass)이라는 말이 있다. 핵분열물질이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켜 그 연쇄반응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한계인
최소질량이다.

우라늄 원자핵이 핵분열을 1회 일으키면 2~3개의 중성자가 발생한다. 이
중성자가 다른 우라늄 원자핵에 흡수되면 그 핵을 분열시켜 연쇄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킨다. 연쇄반응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발생된 중성자가
다음의 우라늄핵에 흡수되어야 한다. 그런 경우에 우라늄이 어느정도
이상의 질량 덩어리가 아니면 중성자는 밖으로 달아나버려 연쇄반응이
계속되지 않는다.

임계질량을 가장 쉽게 비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예는 눈사태다. 아주
작은 한개의 눈덩이가 처음 움직이기 시작할때는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한개의 눈덩이가 다른 눈덩이에 부딪치게 되면 연쇄적으로
움직이는 눈덩이들이 엄청나게 불어나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눈사태로
돌변하고만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임계질량의 상태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 설 경우
나머지 과정은 연쇄적으로 스스로 계속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상생활을 비롯 정치 경제 사회등의 여러가지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임계질량현상은 민주주의의 확산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최초의
근대민주주의가 1776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후 민주주의 국가의 수는
1900년 13개국,1919년 25개국,2차대전후 13개국으로 전진과 후퇴를
보이면서 느리게 확산되다가 70년대 들어 30여개국으로 급속 신장되었다.
이때에 민주주의의 임계질량은 확보되었다. 80년대의 민주주의
국가수는 60개국으로 늘어났다. 90년대에는 세계인구의 절반이상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게되었다.

사회현상의 변화를 분석하는데도 임계질량의 아이디어가 원용된다.
새로운 관습 상품 종교체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 질 수 있도록
연쇄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를 따진다.
미국의 사회학자 E 로저스는 사람들의 5~20%가 변화를 받아들일때 그것이
임계질량의 분기점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메가트렌드2000"의 저자 존 나이스비트는 이러한 이론의 틀위에서
90년대에 여성해방의 임계질량이 실현될 것으로 분석한 최신간 저서
"여성메가트렌드"(한국경제신문사발간)를 내놓았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사회적 영향력,사회적 비중이 어떠한 것이 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