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독일에서는 "독일식 경제모델"또는 "사회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체제라고 알려진 노.사.정합의경영체제를 버리고 근면과 자제를
바탕으로 한 효율과 경쟁우선 체제로의 구조개편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수요정체,과잉시설,과당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가 이같은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밴츠,폴크스바겐등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들이 경영진의
대폭축소,대량감원,감량생산,시간외및 휴일근무 경직적인 노동규칙의
개정등 과거에는 꿈도 못꾸던 조치들을 서슴지 않고 해낸다. 특히
"세계적인 부품조달 전략"을 채택,국내 중소부품업체를 중심으로 하던
부품조달의 수직적 연계체제의 벽을 과감하게 부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폴크스바겐. 종전의 1천5백개가 넘는 부품업체들에 대해 이제는
세계각지로부터 가장 경쟁력있는 조건에 부품을 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80년대초에도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이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
부품조달개방을 선언한 바 있다. 결과는 일본부품회사에 대한 의존도만
심화시켰고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킨 꼴이 되었다.
이번 독일 자동차회사들의 전략변경으로 어느나라의 부품업체가 혜택을
보게 될까. 독일의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분발하여 자신의 위치를
지킬것인지, EC내에서 새로운 강자가 나타날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일본이 승자가 될 것인지 자못 결과가 궁금하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건곤일척 뛰어들만한 준비가 되어있는가. 십여년전
미국이 부품조달의 세계화를 들고 나왔을때 고 김재익 경제수석은
우리나라의 부품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아웅산사건으로 순직한후,그리고 3저현상으로 인해 수출경기가 대폭
호전되면서 새까맣게 잊어버린듯 아무도 챙기지 않은채 세월만 흘렀다.
일본도 국내위주의 부품조달체계로는 엔고와 극심한 세계경쟁을 극복하지
못할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다. 이제라도 다시한번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을
일으킬 국가전략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